존재감 잃은 클라우드…롯데칠성 주류의 앞날은
경쟁력 약화·코로나19확산에 맥주 반등 힘들어
소주 신상품 내놓으며 실적 회복 본격 나서
공개 2020-03-23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8: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주력제품인 클라우드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등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주류사업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과 수입맥주의 역성장을 발판 삼아 점유율 확보를 노렸지만 코로나19 악재가 터지자 불황위기가 닥쳤다. 롯데칠성음료는 상대적으로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소주를 통해 실적 개선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매출은 2조4295억원, 영업이익은 1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26.7% 늘어났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1440억원으로 2018년 5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주류사업부의 손상차손 인식에 따라 기타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류사업부에서도 발목을 잡는 것은 ‘맥주’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맥주 시장에 진출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2015년에는 맥주2공장 증설에 들어가 2017년에 완공하며 시설투자도 단행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저조했고 이는 적자로 이어졌다. 2016년 주류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74억원이었지만 2017년 -394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2018년에는 -590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롯데칠성음료 사업부분별 실적. 출처/한국신용평가
 
점유율은 한 자릿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4.3%로 1년 전보다 1.8%p 떨어졌다. 주력상품인 클라우드는 2.1%, 피츠는 1.5%에 불과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0.5%로 전년 동기 대비 5.3%p 떨어졌다.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와 피츠의 출고가 인하로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월에는 클라우드 캔맥주(500㎖ 기준)를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를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각각 16.8%, 13.2%를 내렸으며 지난달에는 클라우드와 피츠의 생맥주와 병맥주 출고가도 인하했다. 특히 생맥주와 병맥주는 주세법 개정으로 세금이 올랐음에도 출고가를 내리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아직까지 효과는 크지 않다. 캔맥주 출고가가 떨어진 1월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3%로 1년 전 5.5%보다 2.5%p 낮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타격이 됐다. 높아진 세금 부담에도 생맥주와 병맥주 출고가를 낮췄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시행되면서 회식 및 외식이 줄어 업소용 시장의 주류 유통량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업계는 1~2월 소주·맥주 유통량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줄어들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소비자의 인식 자체가 회식·외식보다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것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할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주류시장 경기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소주시장 주요업체 점유율. 출처/한국신용평가
 
결국 롯데칠성음료는 그동안 주류사업 실적을 이끌었던 소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예상치도 못한 일본 불매운동 피해를 받은 만큼 올해 처음처럼 매출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인터넷 상에 일본아사히가 롯데주류(롯데칠성 주류사업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유포되면서 처음처럼이 타격을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소주 매출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10.3%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25.9%, 4분기에는 24%가 각각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는 지난해 소주 부분의 매출 감소가 경쟁력 약화가 아닌 허위사실 때문이었던 만큼 올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다음 달 하이트진로(000080)의 진로이즈백보다 0.2도 낮은 처음처럼 플렉스를 출시해 본격적인 경쟁에도 나선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가 워낙 강해서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전략은 작년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빠졌던 처음처럼 매출을 정상화시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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