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선
현대백화점(069960)이 마침내 인천공항에 입성한다. 시내면세점에 이은 인천공항 확보는 적자 탈출을 이끌어 면세점 '빅(Big)4'로 향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낙관적인 시나리오만 그려보기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면세업계 업황 둔화와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비용 등으로 인해 기대한 대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9월 운영에 들어가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DF7(패션·잡화) 사업권 우선협상자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선정했다. 기존 사업권자는
신세계(004170)면세점이었다.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 모습. 출처/뉴시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진출에 사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사업은 백화점과 달리 상품을 직매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몸집을 키워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구매 협상력을 늘려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인데, 추후 공항면세점이 문을 열면 기존 시내면세점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18년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을 오픈했고 지난해 두산이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했던 동대문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면서 확장에 나섰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기대가 모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7116만9000명으로 2001년 개항 이래 역대 최대였다. 2년 연속 국제 여객 수 세계 5위가 예상된다. 이용객이 많은 만큼 면세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홍보효과가 커 명품브랜드 입점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당장 늘어날 적자가 부담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익성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DF7의 최소보장금액(최소 임대료)은 406억원에 달한다.
DF7에서 면세점 영업을 했던 기존 사업자는 연 평균 1500억원의 매출과 5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면세점의 손실을 시내 면세점에서 메워야 하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시내면세점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7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419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확대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8%나 급증했지만 영업손실이 덩달아 늘었다.
지난 2월 동대문점이 문을 열었지만 운영 첫 해인 만큼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국내 면세업체 주 고객이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으로 재편되면서 유치 경쟁에 따른 송객수수료 증가로 산업 전반적인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명품 브랜드 빅3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시내 면세점에 유치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다이궁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사에 비해 더 많은 송객수수료를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다이궁의 매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현대백화점 사업부문별 손익 현황. 출처/현대백화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427억원으로 전월 대비 11.3% 줄었다. 문제는 2월부터다. 1월은 그나마 춘절 이전 중국 보따리상의 구매가 있었지만 2월부터는 코로나19확산 영향을 오롯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월 하루 평균 여행객 수가 12만95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1.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2월 SM면세점의 인천공항 1터미널 매출은 27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52.9% 줄었으며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빅3의 공항면세점 매출은 지난 1월 대비 절반 정도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월20일 예정대로 동대문점이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다이궁 매출 급감으로 저조한 일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무역센터 또한 지난해 4분기 대비 일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예상, 코로나19가 사스와 진행 기간이 유사하다고 가정 시 상반기 외형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유찰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또다시 뛰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입찰에서 DF2(향수·화장품)과 DF6(패션·잡화)는 유찰됐다.
인천공항공사가 공고한 ‘동일 품목 복수낙찰 금지’ 원칙이 재입찰에서 유지될 경우 DF7과 겹치지 않는 DF2 입찰에 나설 수 있다. DF2는 평당 매출이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 향수·화장품의 매출 점유율은 38%로 주류·담배 28%, 패션·잡화 22%를 앞섰다. 다만 최소 보장금액은 1161억원으로 비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가 뜬다면 입찰 참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임차료, 송객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자금 확보는 사실상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유상증자 참여가 유일하다. 지난달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원을 출자했다. 현재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출자한 금액만 4500억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1400억원, 남양주점 1900억원, 현대백화점 여의도 파크원점 1100억원 집행이 예정돼 있다. 아직까지는 재무안전성이 우수하지만 단기적으로 차입금이 늘어나고 커버리지 지표가 약화될 수 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지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과 효익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전포망 확대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이 투자자금을 분담할 가능성이 커 향후 투자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