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증시 부진에 공모 철회를 선택하는 기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엑시트) 등을 위해 상장 절차를 밟던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며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시황 악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즉,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혹은 상장 후 차익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메타넷엠플렛폼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센코어테크 수요예측은 9~10일 예정돼 있었다.
두 회사의 IPO는 FI들의 엑시트 성격이 짙었다. 센코어테크는 공모주식의 45%를 구주매출로 설정했으며, 구주매출 중 70%인 69만5000주를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탈(VC) 블루런벤처스의 운용펀드 ‘BRV로터스펀드(BRV Lotus Fund 2012)’에 할당했다.
메타넷엠플랫폼은 공모주의 약 80%를 구주매출로 잡았다. 해당 물량은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펀드 ‘마젤란 아시아 B.V.(Magellan Asia B.V.)’ 몫으로 전량 배정됐다.
메타넷의 경우, IPO로 얻게 될 모집총액이 916억원에 이르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요예측 흥행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주관사의 밸류에이션으로 산출된 공모밴드를 적용하면, 앵커PE가 구주매출로 얻게 될 이익범위는 703억~879억원으로 정해진다. 확정공모가액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으므로, 흥행에 실패하면 FI의 구주매출 이익은 180억원 이상 감소할 수도 있게 된다.
메타넷엠플랫폼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센코어테크 상장 철회는 시황 악화가 더욱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FI 구주매출 이익범위가 86억~114억원으로 메타넷보다는 적었다. 대신, FI는 상장 이후 보유하게 될 물량 69만5000주에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발 빠른 엑시트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이 대두된 이유다. 달리 말하면, 당장의 시황이 좋지 않을 경우 매각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1월 지수는 670~680p를 오갔지만, 9일 종가 기준 코스닥 지수는 614.60p를 기록했다.
9일 한국거래소 로비에 걸린 시황판. 녹색은 주가 하락을 의미한다. 사진/김태호
센코어테크는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모 일정 재검토를 위해 금번 공모를 철회한다”라고 밝혔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도 수요예측 흥행 실패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메타넷 대표 주관은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센코어테크는
삼성증권(016360)이 맡았다. 간단히 말해, 주관사는 일단 IPO 공모자금을 전부 짊어진 다음(총액인수) 이를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하는데, 이때 기업으로부터 총액인수 수수료를, 기관으로부터 청약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금액은 수요예측 참여와 그 결과가 반영된 공모금액으로 결정된다. 게다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청약 미달이 발생해 실권주가 생기면, 증권사는 약정에 따라 남은 물량을 전부 떠맡아야 한다. 상장기업-주관사가 수요예측 전에 기관·언론을 대상으로 IR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다.
즉, 시황이 악화되면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가 줄게 되고, 이는 주관사의 이익 감소 및 리스크 떠안기로 직결될 수 있다. 영업도 어려웠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부 접촉이 어려워 대규모 미팅(IR) 등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증권사는 IR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혹은 전화 등으로 사적 미팅을 진행해왔는데, 이 경우 비대면 영업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는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월 수요예측과 상장 후 주가가 쉽지 않게 됐다”라며 “기업 공모가 책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