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현대로템(064350)의 주력 사업인 철도에서의 적자가 커지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에서 독점적인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지만 국내외 모두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손실 폭을 키웠다. 이러한 수익창출력 훼손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로템 철도사업부는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손실 47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현대로템 철도부문 신규수주 및 영업이익. 출처/현대로템
철도사업부는 지난 2015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인식한 후 2016년과 2017년 일부 철도 프로젝트의 계약금 증액과 선제비용 환입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2016년 5.5%, 2017년 4.7%의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이 전년에 비해 11% 줄어든 2018년에는 외형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와 터키, 인도 등 신흥국의 불리한 환율 변동, 국내외 프로젝트의 예정원가 상승으로 다시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시드니 2층 전동차 사업 및 코레일 전동차의 설계변경에 따른 공기 지연, 저가 수주된 국내 프로젝트의 추가 원가반영 등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매출 기반이 되는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7조33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하며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수주잔고의 83%가 해외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어 환율 및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국내 시장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다원시스(068240)는 2018년 한국철도공사와 서울교통공사에서 각각 1408억원, 2468억원의 수주를 따냈고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과 1477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급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최저가 입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진입한 상황은 현대로템에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래 이익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는 신규수주는 지난해 1조6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감소했다.
철도사업부의 부진은 현대로템 전체 수익성 악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현대로템의 영업손실은 2799억원, 당기순손실 35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철도부문의 부진이 현대로템 전체 손실 증가를 이끌었다며 본원적인 수익창출력 훼손과 대규모 손실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를 근거로 현대로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현대로템 자산 및 부채/자본. 출처/현대로템
한국신용평가는 또한 2018년 당기순손실 3080억원, 2019년 3557억원이 인식되며 자본여력이 위축, 부진한 현금창출로 이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로템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30%로 1년 전보다 69%p 상승했으며 차입금은 1조4820억원으로 6.4% 증가했다.
특히 추후 수주 프로젝트가 양산에 돌입할 경우 운전자본부담이 확대, 차입금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철도부문은 자금이 미리 투입되고 납품 후 검수를 거쳐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구조로 외형 대비 높은 운전자본을 부담하고 있는데 주요 프로젝트의 설계가 완료됨에 따라 단시일 내 차량 생산이 집중, 운전자본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확대된 운전자금 대응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로템 측은 설계변경 등 추가예산 반영으로 철도부문의 수익성이 둔화된 만큼 향후 생산성이 향상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올해 생산물량 증가가 매출로 반영되면 실적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철도 중심의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는 만큼, GTX 등 사업 수주의 기회가 많은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