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기 하나금융투자 IPO사업단장. 출처/하나금융투자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회사(발행사)는 높은 가격(공모가)을 원하고 투자자 또한 높은 수익률을 얻기 원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하나금융투자의 기업공개(IPO)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병기 상무(IPO사업단장)는 IPO 주관사로서 ‘균형(balance)’을 강조했다. 공모가가 낮으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손해이고 반대로 높으면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기에 적절한 자금이 조달되도록 하고 투자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모가 산정이 중요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5개 기업의 IPO를 주관했으며 공모총액은 1972억원이었다. 여기에 스팩(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 2개 상장과 4개사 합병청구를 완료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결정되면서 자기자본 4조원 돌파가 확실시돼 국내 증권사 중 6번째로 초대형IB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IPO조직의 영업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데 상장 주관사로서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공모주 총액인수(언더라이팅) 능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박병기 상무는 “꾸준히 코스닥 중심의 중견·중소기업의 상장 작업을 주로 해왔었다”라며 “하나은행과 협업하면서 체력을 키워왔는데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IB로 성장을 하면서 대기업 영업과 대형 IPO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억나는 거래로
천보(278280)와
선데이토즈(123420)를 꼽았다. 지난해 초 대표 주관을 맡았던 2차 전지 소재 기업인 천보는 공모 규모가 1000억원으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891.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작년 2월 성공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선데이토즈는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2013년 10월 스팩을 통해 합병상장한 첫 번째 사례다.
박 상무는 “작년에 진행했던 천보는 처음으로 공모 규모가 1000억원 IPO를 단독으로 대표주관 한 것이라 내부적으로 의미가 크다”라며 “선데이토즈는 당시 신생 업종인 모바일 게임을 스팩 제도를 통해 합병상장에 성공한 케이스로 스팩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인내와 산업 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조언했다. 그는 “회사의 조직이 어느 정도 갖춰졌고 초대형IB가 되면서 투자여력이 커져 딜(Deal) 수행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는 시대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병기 하나금융투자 IPO사업단장. 출처/하나금융투자
다음은 박병기 상무와의 일문일답이다.
-IPO에서 주관 증권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상장 전과 상장업무를 진행할 때, 상장 후로 나눌 수 있다. 상장 전에는 상장 요건에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회사의 모든 내용을 실사해서 상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상장업무를 진행할 때는 거래소 심사에 대응을 주도하고 적정한 공모가가 결정되도록 기관투자자들 및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다. 상장 후에는 리서치센터를 통해 리포트를 내는 등 지원을 계속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문 업체의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IPO 상장간소화절차(패스트트랙)로 인해 관련 중견·중소기업들의 IPO가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나?
△패스트트랙을 통해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겠지만, 그것보다는 산업 자체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소재·부품·장비 회사가 느끼는 점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고 대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등 관련 산업 자체에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산업적으로 예전보다 성장 기회가 많고 기업의 상장 가능성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제약을 중심으로 기술특례상장이 활발하다. 기술특례상장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3~5년 안에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보유한 기술력이 얼마나 높은 사업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술이전이 사업성 검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바이오 신약개발 업체의 경우 보유한 신약에 대한 빈틈없는 연구결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프리IPO를 확대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마찬가지인가?
△IPO 주관사를 하면서 투자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에 대한 경험이나 산업의 이해, 성장 가능성을 IPO 파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주관을 한 천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올해도 투자 규모를 많이 늘릴 예정이다.
-스팩을 진행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팩은 상장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리고 상장 후 매각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 걸린다. 즉 시작 후 2년간은 성장해야 이익을 내면서 엑시트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업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실제 1기 스팩으로 성공적으로 합병상장한 선데이토즈의 경우 당시 모바일 게임이라는 성장 가능성 높은 업종에서 애니팡이라는 훌륭한 게임콘텐츠를 통하여 상장 후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2018년 합병상장한 유무선장비통신업체 HFR은 5G 시장이 확실히 커진다는 판단이 있었고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스팩 합병상장의 성공사례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스팩을 통해서 성장성 높은 기업을 계속 상장 진행할 생각이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