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승윤 기자]
일동제약(249420)이 연이어 터진 악재로 위기를 맞았다. 간판품목인 큐란이 라니티딘 사태와 함께 시장에서 퇴출된데 이어 오랜 기간 비만약 시장을 지배하던 벨빅도 결국 판매가 중단되며 일동제약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일동제약 사옥.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영업이익은 8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276억원과 비교하면 69.2% 줄어든 수치다. 이번 실적 악화에는 주력 품목인 큐란의 공백이 큰 영향을 끼쳤다.
매년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큐란은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판매가 중지되며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일동제약 전문의약품(ETC)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일동제약 연간 실적.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큐란의 공백은 일동제약의 매출액 뿐만 아니라 매출원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회수된 큐란으로 인해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평가손실충당금이란 재고자산 취득 원가보다 향후 제품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만큼 미리 충당금을 설정한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평가손실충당금을 11억9054만원으로 설정했다. 2018년(2억8985만원)과 비교하면 310.7% 급증했다. 특히 8가지 재고자산 항목(상품, 반제품, 제공품, 재료 등) 중에 제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제품 평가손실충당금은 8억4172만원으로 전년(8111만원) 대비 937.6% 늘어났다. 판매할 수 없는 큐란의 재고평가액이 하락하면서 나타난 영향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3분기 평가손실충당금이 증가하는 데 있어 큐란이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충당금을 설정한 만큼 매출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출총이익도 감소했다. 지난해 일동제약의 매출원가는 275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5174억원)에 53.2%p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도 매출원가율(49.4%)과 비교하면 3.8%p 증가한 수치다. 매출원가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매출액 증가에도 오히려 4.9%가 줄어들며 2421억원을 기록했다.
큐란으로 머리가 아픈 일동제약에게 설상가상 또 하나의 악재가 발생했다. 판매중인 비만치료제 벨빅의 판매가 중단된 것이다. 지난 14일 식약청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식용억제 목적으로 사용하는 ‘로카세린’ 성분이 암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시장 철수를 권고한 것을 참고해 국내에서도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인 일동제약의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에 판매중지 및 회수 폐기 계획을 발표했다.
일동제약은 벨빅정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일동제약
식약청 발표에 따라 앞으로 일동제약은 벨빅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매출액 감소와 함께 재고 손실 발생을 초래한 큐란이 데자뷔처럼 묘하게 겹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벨빅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는 감안하고 있다"라며 "재고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동제약은 자사 홈페이지에 ‘벨빅정’ 제품 회수를 실시한다고 공지사항을 올려둔 상태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벨빅의 판매 중단으로 매출액 감소와 재고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번 이슈로 인해 실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력 제품들의 매출 공백으로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일동제약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최근 임상실험 중인 표적항암제 IDF1197에서 긍정적인 임상결과가 나오면 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임상실험 결과가 바로 매출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면 그만큼 연구개발(R&D)을 잘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돼 현재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hljysy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