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LG(003550)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을 쪼개고 내다 팔며 숨 가쁘게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고 매각하거나 매각에 실패해 손실을 보며 사업부를 청산하는 사례가 생겨나는 등 '성장통'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데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강한 ‘사업구조 혁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LG그룹은 그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판도에 적응하지 못해 사업 진입이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LG반도체와 LG카드 매각,
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 사업 등의 사례를 통해 볼 때 매각했던 회사는 현재 ‘알짜 회사’로 거듭났고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005930)와 달리 아직까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그룹 사옥 전경. 출처/LG전자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자부품 업황이 좋지 못한 까닭에 LG그룹이 과감히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LG화학은 지난해 초부터 LCD용 유리기판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인 미국 코닝과 일 년 여간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LCD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끝내 가격을 놓고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기판 사업부는 LG화학이 2012년 4월 약 7000억원을 들여 시설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신규 사업이지만 수년간 추가 투자를 미뤄왔다. 약 2700억원만 투입한 상태에서 결국 발을 빼기로 했다.
LG전자도 지난 2019년 2월 전지 생산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할 계획을 세웠다. 퓨얼셀시스템즈는 2012년 LG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인수한 회사로 청산 전까지 LG그룹이 총 투자한 금액은 약 25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제품 상용화가 늦어져 손실이 불어나자 결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LG유플러스(032640)의 전자결제(PG)사업 매각 딜에서도 매각 초기 예상 가격인 약 4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3000억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LG그룹 등 대기업 그룹이 사업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등 인력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그룹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인력 문제”라며 “노동조합(노조)이 있는 곳은 아예 인수 대상 회사로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LG그룹의 노조가
현대차(005380) 등 다른 대기업 그룹과 비교해 입김이 그다지 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 악화 자체가 주된 원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회사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노조가 반발하는 경우가 크게 없다”라며 “이보다는 시시각각으로 악화되는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업계 업황으로 인해 시장에서 매물의 매력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