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가 엑시트(투자회수)에 나서며 분위기 반전을 꽤 하고 있다. 첫 대상인 백판지 업체
세하(027970)의 매각이 순조로운 가운데 후속 타자인 2차 전지 배터리 부품 업체 넥스콘테크놀로지의 매각도 회생기업 투자의 성공사례가 될 전망이다.
유암코는 향후 주요 투자자(LP·유한책임출자자)의 출자를 받고 입지를 더 넓히기 위해서는 탄탄한 트랙레코드(투자실적)가 필요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지난 5일 본입찰을 마감한 세하의 매각 결과가 앞으로 유암코의 투자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공제회와 같은 LP들의 투자금은 앞으로 연금으로 지급돼야 할 돈"이라면서 "밸류업도 중요하지만, 엑시트 능력이 사모펀드(PE)들을 가르는 능력의 척도"라고 말했다. 이어 "PE들의 양극화는 당연한 상황"이라면서 "검증된 곳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유암코에게 투자 유치는 필수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암코가 한계 기업을 구조조정해 사회의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유암코 역시 투자자에게 수익을 줘야 하는 임무가 있다.
사업구조 선회, 신용등급 전망 악화 이끌어
외부에서 유암코를 보는 시선은 다소 박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바꿨다. 신평사들은 빠르게 늘고 있는 투자 규모 대비 느린 자본 확충을 지적했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CR(Corporate Restructuring) 업무가 사업영역 확대로 수익 변동성이 증가한 점은 (신용등급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자산구성 변동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유암코는 2015년 금융위로부터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지정된 이후 CR 업무 비중이 증가했다. 유암코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19개의 구조조정 전문 PEF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출자약정액 1.6조원 중 1.2조원을 출자(비연결종속기업투자)하고 있다. 주요투자로는
STX엔진(077970),
페이퍼코리아(001020), 고성조선해양, 중소벤처기업 주식패키지 등이 있다. 또한 CR투자의 95% 이상이 100억원 이상이고, 500억원 이상 투자 건(8건)의 비중이 61%를 차지하는 등 건당 투자 규모가 크다.
위험자산 투자가 늘어난 결과, 2015년 말 4.4배였던 레버리지배율은 지난해 9월 말 5.0배로 증가했다. 레버리지배율은 총자산/자기자본으로서 손실이 생길 때 자기자본으로 이를 완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데 주로 쓰인다. 카드사의 경우 6배를 넘지 못하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제한을 받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가 늘어나면 투자 기업의 가치 변동에 대한 위험에도 노출돼있다. 2018년 실적 부진을 이끌었던 STX엔진이 대표적이다. STX엔진은 인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평가손실로 224억원이 잡혔다. 올해 연말 종가 역시 지난해 말 6750원과 큰 차이가 없는 6780원을 기록, 평가손실의 환입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종가 7990원과 비교한다면 4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추가적인 평가 손실이 예상된다.
게다가 PE업계에서는 유암코에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주요 이유는 민간PE의 밥그릇을 유암코가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모두 등급 회복을 위해서 CR부문의 안정화를 꼽았다. 이 두 부정적인 평가를 이겨내는 방법은 유암코답게 투자처를 찾아 여기서 수익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
첫 테이프 세하, 유암코 CR본부 정체성 바로미터
유암코가 인수한 2014년 당시 세하는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 있었다. 카자흐스탄 해외 유전 투자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총자산이 2000억~2400억원 수준의 회사가 카자흐스탄 투자로 입은 손실액이 1000억원 이르렀다.
유암코는 인수 이후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원가 개선, 설비 투자 증가 등의 전략을 펴며 세하를 개선했다. 김두일 현 CR본부장이 세하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1년 6개월 동안 직접 구조조정을 챙겼다. 또한 권육상 현 페이퍼코리아 대표가 세하의 대표로서 세하 공장이 위치한 대구 달성군에 직접 거주해 현장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인 회사다.
결국, 유암코의 노력으로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세하는 2016년 매출액 1594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세하가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었다. 이후 4년간 줄곧 흑자 경영을 이어갔다.
5년이 지난 2019년 하반기 유암코는 투자회수를 결정한다. 9월 매각 공고를 내고 본입찰까지 진행했다. 세하 인수전은 원매자들의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다음 주 예비입찰이 예정된 넥스콘테크놀러지 역시 투자설명서(IM)를 15곳 이상 받아 가는 등 반응이 좋다.
IB업계 관계자는 "세하 매각 과정에 따라 유암코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투자(NPL)와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
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 △ 농협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8개 은행이 공동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분 2%를 보유 중이고, 나머지 7개 은행은 각각 14%씩 들고 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