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전액 현금을 원하는 이스타항공 지배주주 측과 인수 대가로 애경 그룹의 주식을 일부 지급하려는 제주항공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실타래가 꼬이며 실사작업은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애경그룹의 주식을 일부 지급하려는 제주항공과 전액 현금을 원하는 이스타항공 사이에서 간극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스타항공은 지분 가치를 낮춰서라도 현금으로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급하려는 주식은 에스크로(Escrow)가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산에 에스크로가 걸려있다면 약정한 기간 동안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못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18일 이스타항공의 구주 497만1000주(51.17%) 를 약 695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금 말라버린 제주항공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은 최근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562억원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초 보유한 2227억원의 4분의 1수준이다.
현금이 급감한 까닭은 크게 3가지다. 우선은 영업이다. 제주항공은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 원화 약세 등으로 지난 3분기 3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누적 기준으로도 174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8억원 이익과 비교할 때 1022억원 줄어든 셈이다.
또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항공기리스료로 지급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원가를 제외한 리스부채를 갚기 위해 834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제주항공은 매 분기 지급되는 최소리스료를 금융원가와 리스부채의 상환액으로 나눠 회계처리한다.
리스료 지급이 금융원가로 잡히다 보니 이 역시 크게 증가했다. 금융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2019년 3분기까지 제주항공은 237억원을 썼으며 이는 전년 동기(4.7억원) 대비 500배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배당금으로 지난해 171억원, 2018년 157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스타항공 지분 매입을 위해 전환사채(CB)를 100억원 발행해 자금을 수혈한 것 이외의 특별한 자금 유입은 없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제주항공의 리스크 줄이기
이스타항공에게 제주항공이 현금이 아닌 주식을 지급하는 것은 인수 이후 불확실성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주항공은 공시를 통해 "구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취득할 예정이며, 추후 신주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주 인수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재건시키려 하는 의지가 드러나는 공시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는 열악하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8.04%다. 이스타항공은 금융위기 때부터 쌓인 적자로 인해 2017년 큰 수익을 내기 전까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변경된 리스회계 기준이 적용되기에 현재의 재무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22대 전부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도입했다.
자본잠식을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수 후 합병 시너지를 내는 과정에서도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게다가 많은 돈을 쓰더라도 성공은 불확실하다. 항공업의 특성상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그 타격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PMI 단계에서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꽤 수혈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균 티켓 판매 단가 상승, 좌석 점유율 상승, 중장거리 노선 확대, 황금 노선 확보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황금 노선 확보 여부도 불확실하고, 일본·중국 등 노선은 수익 가변성이 높다"라면서 "성공을 전제로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렵다 보니 딜레마가 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의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