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원재료값 상승과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감소세를 보이던 차입금이 반등하며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이 강관사업부 매각과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 카드를 사용할지도 관심사다.
15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94억원으로 69.8% 급감했다. 2018년 3분기 누적 5%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1년 후 3.1%로 2.9%p 하락했다.
2019년 3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수익성 악화는 더 눈에 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6.6% 감소한 341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1.7%p 하락한 0.7%였다. 증권업계는 현대제철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실적 부진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의 사이클론 강타와 세계 2위 수출국 브라질의 발레사 댐 붕괴사고로 인해 철광석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호주와 브라질은 전 세계 철광석 생산에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19년 평균 철광석 가격(중국수입가)은 1톤당 93.44달러로 2018년 69.65달러에 비해 34.2% 상승했다. 지난해 7월에는 1톤당 가격이 124.4달러까지 오르면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음에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늘어난 원가부담만큼 수익성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봉형강 부문에서는 건설 시황 둔화로 철근·형강의 판매와 단가가 하락한 점도 악영향을 끼쳤다.
부진한 수익성은 재무부담 확대로 이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은 줄고 운전자본이 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 차입금이 늘어났다.
현대제철은 2007년 이후 순차적인 고로 투자로 인한 대규모 자금 지출로 인해 외부 의존적인 현금흐름이 지속되면서 차입금은 2013년 말 약 13조원까지 늘어났다. 이후 고로 투자가 일단락되고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이 증가하면서 2016년 12조718억원, 2017년 11조5492억원, 2018년 11조2858억원으로 점차 차입금을 줄여갔다. 하지만 2019년 9월 말 차입금은 12조885억원으로 다시 12조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철광석 가격이 여전히 1톤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건설 업황이 올해에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상품인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무부담 완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일단락돼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크게 감소한 상황으로 수익성 회복이 차입금 개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재무안정성 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이에 현대제철이 효율화를 위해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2020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저수익 제품들을 놓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유력한 매각 후보는 강관사업부다. 강관은 내부의 빈 공간이 있고 봉 형태를 띠는 철강제품을 총징하는 제품이다. 강관 시장은 중소업체 난립과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공급과잉 및 경쟁이 심화돼 가격 하락 압박이 큰 상황이다.
정확한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 수출이 미국의 무역보호주의로 인해 감소하면서 수익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가동률과 생산 실적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강관 등 생산설비 가동률은 63.3%로 봉형강 86.7%, 열연 89.1%, 후판 99.2% 등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며 생산 실적은 2017년 163만8000톤에서 2018년 162만4000톤, 2019년 3분기 107만1000톤으로 감소세다.
다만 현대제철 관계자는 “강관사업부 매각은 검토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아직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현대제철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을 보면
현대모비스(012330)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086280)와 0.61대 1로 합병한 후
기아차(000270),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각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모비스의 지분 5.78%를 갖고 있는데 이를 전량 매각할 경우 약 1조원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 금액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된다면 재무구조는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매각 유입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