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180640)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반도건설은 추가 매입 여력뿐 아니라 조 회장 일가를 넘어설 만한 실탄도 갖고 있다. 이 밑바탕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회사의 내실을 다진 데 있다.
지난 10일 반도홀딩스의 계열사인 대호개발은 반도그룹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8.28%(489만9525주)를 가지고 있다고 공시했다. 11월 말 6.28%(371만7595주)에서 한 달 만에 약 2%p 늘어났다. 반도그룹은 반도홀딩스를 꼭대기에 두고 반도걸설, 반도종합건설, 대창개발, 한영개발, 대호개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 역시 최상위 지배기업인 반도홀딩스 이름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라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주요 계열사를 활용해 매입했다.
또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지난 7일 권홍사 반도홀딩스 회장 역시 "(한진칼)의 경영 참여를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나중에 판단할 것"이라 말하며 향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반도홀딩스가 투자목적을 경영참가로 바꾸며 시장참여자들은 올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시나리오가 '조원태+델타항공' VS '조현아-반도건설-KCGI'이지만 다른 시나리오도 많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중) 강성부 KCGI 대표(우). 출처/뉴스토마토, 유튜브
시나리오가 다양한 배경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사이의 갈등이 물고 물리며 이 사실이 세간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과 그의 누나인 조현아와의 갈등은 조원태와 그의 어머니 이명희 씨와 물리적 다툼까지 있었을 만큼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성부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조원태 회장 등 한진칼 경영진은 KCGI의 요구사항을 꾸준히 무시했다. 또한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해 한진의 경영에 의견을 개진한 배경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홀딩스는 추가 지분을 매입, 올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또한 어떤 시나리오를 그리든 반도홀딩스가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지분이 높을수록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반도홀딩스는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주택 산업으로 '잭팟', 반도그룹
반도건설은 중흥건설, 호반건설과 2010년대 중반 주택 분양 시장 호조로 크게 성장한 건설사로 꼽힌다. 2010년대 중반, 반도홀딩스는 주택시장의 호조를 예상하고 큰 차입을 일으켰다. 2015년 말 연결 기준 반도홀딩스는 총부채는 1조 5000억원, 총차입금은 1조원 수준으로 당시 부채비율이 373.9%, 차입금 의존도는 55%에 이르렀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반도홀딩스의 도박은 '잭팟'이었다. 레버리지 효과는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3년간 총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연간 5000억원 수준). 반도홀딩스는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와 기존 차입금을 갚았다. 그 결과, 재무상태는 크게 개선됐다. 3년 후 반도홀딩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73%에서 26%로, 차입금 의존도는 55%에서 0%대로 크게 줄었다. 빚을 다 갚고도 돈이 남았다. 3년 사이 잉여금만 1조원이 늘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2015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분양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홀딩스에게도 고민은 있다. 다음 먹거리 문제다. 이미 2018년 말 기준으로 반도홀딩스의 매출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습이다. 2017년 말 연결 기준 2조6992억원의 매출액을 냈던 반도홀딩스는 2018년 말 2조585억원으로 23.7%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5.9%(1664억원) 줄었다. 즉, 주택 분양 시장의 호조세가 꺾여 앞으로 반도홀딩스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개발 사업을 마냥 고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권홍사 반도홀딩스 회장은 한진칼 지분 매입을 매력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권홍사 회장은 한진칼 주가가 저평가 돼있다고 말했다. 한진칼의 주식은 가치상승분, 배당과 같은 수익권뿐만 아니라 의결권 관점에서도 주요 가치를 지닐 가능성이 높은 주식이다.
반도홀딩스, 추가 매입 여력은?
반도홀딩스가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할 실탄은 충분하다. 권홍사 회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권 회장이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을 정도다.
우선, 반도홀딩스가 2대 주주가 되는 일은 쉬워 보인다. KCGI가 보유한 17.9%를 넘어서기 위해 반도홀딩스는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9.62%(569만2443주)를 매입하면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한진칼의 평균단가가 4만원이면 2276억원, 5만원일 경우 2846억원, 6만원이면 3415억원이다. 또한 3415억원을 순수하게 차입을 일으킨다고 가정하더라도 2018년 반도홀딩스의 연결 기준으로 추가한다면 부채비율은 25.8%, 차입금의존도는 15.4%에 지나지 않는다. 부채비율은 200% 혹은 300%, 차입금의존도는 30%를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평가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권홍사 회장의 셈법이 1대 주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한진칼 지분의 추가 매입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을까. 조원태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 수준이다. 조회장 일가가 추가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8.28%를 보유한 반도홀딩스는 추가적으로 20.67%의 지분 이상을 매입하면 조회장 일가 지분을 넘어설 수 있다. 이를 위한 자금 역시 반도홀딩스에게 큰 부담을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식의 평균단가가 4만원일 경우 4892억원, 5만원이면 6115억원, 6만원일 경우 7338억원, 7만원이면 8561억원이 필요하다. 8561억원의 자금을 모두 차입하더라도 반도홀딩스의 부채비율은 64.6%, 차입금의존도는 30.7%에 불과하다. 조회장 일가를 넘어서는 지분을 매입하며 반도홀딩스의 부채비율이 100%이 넘어서려면 반도홀딩스가 12만원으로 한진칼 주식의 평균단가를 매입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LBO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한진그룹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