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ESG를 통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에 물꼬를 튼 국민연금이 올해 YG엔터테인먼트 정기주주총회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까.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락해, 현재 국민연금은 약 200억원의 손해를 본 상황이다.
최근 증권가에는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ESG등급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면서, 활동대상 선정 기준에 ESG이슈 발생 및 ESG정기평가 등급 하락 등을 명시한 덕분이다. 즉, 기업의 환경(E)·사회(S)·지배구조(G)에 문제가 생겨 기업가치가 급락했다고 판단될 경우,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ESG등급을 자체적으로 평가하지만, 자본시장 안정화를 추구하는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이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만 122조원을 투자하는 자본시장 대표 플레이어로 그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대신 간접적 등급은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이며 한국거래소 산하기관으로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코스닥100(현재는 150)에 편입된 기업의 ESG등급을 책정 및 발표한다.
KCGS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의 2018년도 지배구조 등급은 C를 기록했다. 최하위 바로 윗단이다. 그 영향으로 통합ESG등급도 C이하를 기록했다. KCGS는 C등급을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크다”라고 명시한다.
'상습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CGS는 지배구조 등급을 산출할 때 일단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하여 이사회 시스템 등을 핵심지표로 삼는 ‘기본평가’를 진행하고, 여기에 경영진 윤리이슈 등을 가산·감산하는 ‘심화평가’를 종합한다.
YG엔터는 일단 이사회 시스템에 대한 모범규준은 준수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KCGS는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일 경우 전체이사 중 과반수(3인 이상)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더불어 이사회 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YG엔터 자산총액은 약 6000억원 가량 되지만, 그럼에도 이사진을 사내이사 5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2인은 대주주·특수관계인 거래통제를 강화하는 ‘내부거래심의위원회’에 배치돼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구성원의 독립성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6년부터 YG엔터 사외이사로 있는 탕 샤오밍(Tang Xiaoming) 상하이 펑잉 경영자문 파트너쉽 자본투자위원회 회장의 회사가 현재 YG 4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선임된 조영봉 사외이사도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에서 YG엔터와 투자관계로 엮인 바 있다. 더불어 배호성 감사도 KCGS 권고 재직연한 7년, 국민연금 권고안 10년을 훌쩍 넘은 상태다.
심화평가에서도 크게 감점을 받은 모양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버닝썬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강남 소재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양현석 전 YG엔터 대표 프로듀서와 소속가수 승리의 성접대 의혹으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양 전 대표의 마약수사 무마, 상습적 원정도박, 환치기, 나아가 탈세의혹도 불거졌다. 양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은 일단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난 상태다.
KCGS 관계자는 “심화평가는 지배구조 설계수준과 실제 발생하는 이슈 등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항목이며 기본평가에 비해 정성적으로 진행된다”라며 “최고경영자(CEO)의 윤리문제가 발생할 경우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국민연금이 의결한 ESG 관련 가이드라인이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ESG에 대한 관심 및 경영진 이슈와 같은 행간을 미뤄볼 때, 국민연금의 행보는 이전보다 적극적일 수도 있다.
과거 국민연금은 YG엔터 주주총회에서 3차례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탕 샤오밍, 조영봉 사외이사 및 배호성 감사선임을 반대했다.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시 YG엔터는 국민연금 반대에도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강행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YG엔터로 큰 손실을 본 상태다. 실적부진에 버닝썬 게이트를 시작으로 소속 가수들의 잇따른 마약 투약 의혹, 양 전 대표의 경찰 수사까지 겹쳐 YG엔터의 시가총액이 과거 대비 반 토막 난 탓이다. 관련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YG엔터 주가는 종가기준 주당 4만8950원까지 이르렀지만, 6일 종가 기준 3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39%로, 단순 계산하면 약 205억원 손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