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출처/각사 제공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넷마블과 코웨이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세 차례 연기하며 두 달이 넘도록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인수 작업은 좀처럼 진척이 없다. 회계법인, 법무법인, 사모펀드 등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 달 동안 이어온 코웨이 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이의 '담판'이 없다면 사실상 거래 성사(Deal Success)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딜은 웅진 그룹의 핵심 담당자와 넷마블의 핵심 담당자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자문, 회계자문, 법무자문사는 한 발짝 뒤로 가 있다고 전해진다.
딜이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IB업계의 평가는 거래 성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M&A를 주로 자문하는 A회계사는 "가격이 주요 딜 이슈인데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험상으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라며 "딜이라는 것은 흐름이 있어서 흐름을 놓치면 잘 봉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협상한다면 두 달씩 끌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고 의사결정자인 윤석금 회장과 방준혁 의장이 만나서 최종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문사들이 빠져있는 까닭에 대해서는 핵심 쟁점이 조율이 되다 보니 더 이상 자문사들이 자문할 부분이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딜에 밀접하게 연관된 IB업계 관계자는 "딜이 끝났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고, 특별히 뭐 해달라는 말도 없다"라며 "약간 붕 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M&A 자문 변호사는 "변호사들은 초반에 협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이슈를 쳐내고,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효과를 검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라며 "하지만 주요 이슈에 대해 거래 당사자들이 숙지가 된 이후에는 서명 전까지 크게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자기 고객들 입장에서만 말하는 수밖에 없어 핵심 이슈가 추려진 이후 변호사가 협상장에 들어가면 방해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는 회계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M&A자문 회계사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그는 "회계자문, 법무자문이 더 이상 참여할 이유가 적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협 초반에 자문사가 필요한 영역은 마무리되고 지금도 핵심 쟁점이 협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웅진그룹과 넷마블의 핵심 쟁점은 가격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넷마블은 인수가로 1조 8500억원을 제시했다. 이후
넷마블(251270)은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그 수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021240)의 경영권과 지분 인수를 위해 약 2조원 가까이 자금을 썼다. 올 3월22일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095720)이 인수주체가 되어 코웨이 지분 22.17%를 코웨이홀딩스(MBK파트너스)로부터 1조 6832억원에 매입했고, 추가적으로 약 3000억원을 활용해 지분을 약 3%(2.91%) 늘렸다. 또한 약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웅진(016880)(주)의 웅진렌탈도 웅진코웨이로 양도하기도 했다.
이럴 때 매각주간사가 보통 협상을 조율(moderate) 한다. 하지만 이번 우협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깊게 관여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이 또다시 거론된다.
지난 10월 우선협상자대상자를 선정할 당시 코웨이 인수전의 흥행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웅진그룹은 넷마블을 스스로 찾아냈다. 보통 매각주간사가 거래 성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웅진그룹이 했다. 한국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071050))은 웅진코웨이를 통해 받은 성공 수수료를 세 번이나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M&A 자문 종사자들은 신뢰를 최우선가치로 여긴다. 매각주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할 타이밍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묘수를 만들려면 매각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이 해야 하는데 이번 딜에서 한국투자증권이 할 영역이 적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