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미국 나스닥 상장 3년 반 만에 퇴출이라는 이력을 딛고 부활했던 픽셀플러스가 코스닥 시장에서도 관리종목 편입 위기에 놓였다. 전방 산업인 완성차 시황 악화와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픽셀플러스에 큰 위협 요인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픽셀플러스(087600)의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6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관리종목 편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픽셀플러스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최소 64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반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적자가 이어지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되며, 심사 대상이 되면 일단 장내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픽셀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일단 3분기까지는 그렇게 나오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실적은 올해 결산이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 분위기가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픽셀플러스의 실적 반등은 결국 시황에 달려있다. 팹리스(Fabless) 업체는 시황 민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일단 주문량이 매출로 직결되는 수익구조를 지니고 있다. 픽셀플러스는 약 3개월 분의 수요 예상량을 파악하고, 이를 파운드리(Foundry)에 위탁 생산한 다음 거래처에 납품해 매출을 발생시킨다.
게다가 팹리스 업체는 생산시설이 없는 대신 급여와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비중이 높다. 즉, 매출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레버리지 효과로 영업이익이 급감할 수 있다. 픽셀플러스의 매출이 1000억원대 미만으로 떨어지자 영업손실이 시현됐다. 현재 픽셀플러스의 급여, 연구개발비, 임차료 등으로 매년 230억원 가량을 고정지출하는데, 해당 비용이 매출총이익을 웃도는 상황이다.
픽셀플러스의 과거 주력 제품은 보안카메라(CCTV)용 CMOS 이미지센서였다. 그러나 최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동차용 센서로 방향을 틀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로 난립한 중국 반도체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로 관련 시장을 잠식한 탓이다. CCTV용 센서는 제작 시에 뛰어난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가격경쟁력이 최우선이다. 그 영향으로 픽셀플러스의 CCTV 센서 매출이 급감해 매출 비중은 2014년 62%에서 현재 10% 미만으로 감소했다.
2015년 6월 한국거래소에서 픽셀플러스 임직원이 코스닥 신규상장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코스닥협회
현재 픽셀플러스의 자동차용 센서 매출 대부분은 중국, 대만 등 중화권에서 발생한다. 결국, 픽셀플러스의 영업이익 반등은 중국 완성차 시장에 달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완성차 시장 업황은 매우 좋지 않다. 저성장 기조 및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지난해 2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성장 둔화는 올해 더욱 가속화됐다. 업계는 올해 중국 시장의 3분기 누적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반 영향 등으로 픽셀플러스의 수출은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직전연도 대비 33% 감소한 30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209억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완성차 시장과는 별개로 차량용 이미지센서 시장 업황 자체는 긍정적이다. 카운터포인트는 2023년까지 연평균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자율주행기술 발달 등에 따른 센싱 카메라(Sensing Camera) 부문 성장 역할이 더 크다.
픽셀플러스는 일단 주변 촬영 기능을 하는 뷰잉 카메라(Viewing Camera)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에 주력하는데, 현재 중국 업체가 반도체 굴기를 등에 업고 추격하고 있는 점은 경계요인이다.
픽셀플러스는 하이다이나믹레인지(HDR) 센서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관련 기술 등을 앞세워 뷰잉 카메라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전망이다. 동시에 자동차 비포마켓(Before Market, 제조 단계 시장)과 애프터마켓(After Market, 판매 후 시장) 센서 시장을 동반 공략하며 실적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픽셀플러스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용 센서 매출 발생 기간 및 관련 정보 등을 잘 읽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라면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향후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애프터마켓에 신제품 출시해서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이며 SVM 등에 당사 센서를 붙일 수 있도록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한 자동차용 이미지 센서는 일단 기술력이 높아야 하며 특히 인증을 통해 신뢰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인증단계가 모듈사, 전장사 등에서 수차례 수반되므로 중국 업체들이 쉽게 진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고급차 위주로 적용 중인 SVM 시장이 점점 커질 텐테 당사 제품은 저가 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명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운용펀드는 올해 8월 픽셀플러스 지분 2.45%를 장내 매도했고, 특별관계자인 카무르인베스트먼트 펀드도 보유지분 전량인 5.20%를 매도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양사는 2013년부터 픽셀플러스에 투자했고 이후 상장 직전 프리IPO와 IPO에서 구주 지분을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현재 스카이레이크의 잔여지분은 4.31%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