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2017년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이래로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의 동남아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국가는 현지 당국 규제에 제한받고 있는데, 정부가 주도적 협상을 통해 물꼬를 터주면 한국 금융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 인수합병(M&A) 회계실사, 평가 및 자문을 20년 이상 맡아온 김기은 삼일PwC 재무실사(TS) 본부 파트너회계사는 최근 시장흐름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김기은 삼일PwC 재무실사본부 파트너 회계사. 사진/삼일PwC
국내 금융기관은 현재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저성장 및 기준금리 하락 기조 등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사는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 속에서 성장성이 높은 아세안 지역 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김 회계사는 “국내 금융기관은 인도네시아·베트남 외에 캄보디아·미얀마 진출에 주로 집중하는 모양새"라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등을 고려하면 인도와 필리핀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유망할 텐데, 이들 국가의 금융 규제가 강하고 인프라도 체계적이지 않아 국내 금융사는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정부 간 협의를 통한 지원이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기은 회계사는 현재 삼일 TS본부에서 금융기관 실사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인수 실사 및 평가업무를 수행했다. 신주 1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는 딜로, 국내 은행의 해외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는 “2018년 중순부터 실사를 시작해 베트남 출장을 3번 이상 다녀왔고, KEB하나은행 이사회에도 여러 번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경영진의 해외 진출 의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해외 관련 투자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의 한 획을 그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도 초창기부터 참여해왔다. 국내 외환위기 여파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한빛은행, 경남은행, 평화은행 등 5개 금융기관이 2001년 우리금융지주로 묶였고, 이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2010년부터 지분매각 등의 방법으로 우리금융지주 완전민영화를 수차례 추진해왔다.
삼일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한 회계자문사로서 매각자문사 등과 함께 오랜 기간 업무에 참여했다. 결국 예금보험공사는 2014년 경남·광주은행 및 우리투자증권 계열 패키지 매각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지분 30%를 과점주주에게 매각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완전민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6월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 18.32%를 2022년까지 매각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는 “삼일 입사 한 달 만에 외환위기 사태가 발발하다 보니 우리금융지주 딜은 회계사 커리어를 관통하게 됐다"면서 "200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평화은행에서 합병실사를 하며 밤을 새운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완전민영화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기은 삼일PwC 재무실사본부 파트너 회계사. 사진/삼일PwC
다음은 김기은 회계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담당 업무를 소개해달라.
△재무실사는 말 그대로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다. 과거에는 재무상태표 실사(QoA)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손익계산서 실사(QoE)를 통한 회사의 창출가능 이익수준 산출이 중요해지고 있다.
실사는 본입찰 전 예비실사, 본입찰 후 확인실사가 수행되며 경우에 따라 정산실사도 한다. 예비실사는 가상데이터룸(VDR)을 주로 활용한다. 확인실사는 현장실사로 진행된다. 제반 절차는 일반 제조업과 금융기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기관 재무실사는 무엇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가?
△업종별로 다르지만, 은행·저축은행은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산정 등을 집중 실사한다. BIS, NCR, RBC 등 규제비율도 고려한다. 통상 금융기관 가치평가는 배당할인모형(DDM)을 적용하는데, 이때 산출되는 배당가능이익에 규제비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규제비율이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매도실사와 인수실사는 무엇이 다른가?
△매도실사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투자설명서(IM) 작성 지원, VDR에 제공할 자료 준비, 질의응답 대응을 위한 사전 이슈 검토 등을 수행한다. 매수자 대응 목적이 큰 셈이다. 반대로 인수실사는 입찰가격 결정 및 인수 이후 부실 최소화를 위해 자산부채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면 매도실사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가?
△그런 인식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사모펀드(PE)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PE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엑시트 시점에 매도실사를 보다 정밀하고 깊게 수행한다.
-인수실사는 원하는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맞다. 확인실사는 우협 선정 이후 진행되므로 데이터 확보가 상대적으로 원활하지만, 예비실사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동종업계 M&A는 노하우 유출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가 더욱 어렵다.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있을 텐데.
△일단은 협업이 중요하다. 보통 우발채무같은 잠재적 위험은 소송 등 법률과 세무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법무법인과 세무실사팀의 도움을 받아 파악한다. 경험도 중요하다. 특히 동종업계 리스크는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우리 팀은 2008년부터 저축은행 영업정지 실사를 다수 수행하며 PF대출에 대한 업무 경험이 많았고, 이 같은 경험은 다른 저축은행 실사에 큰 도움이 됐다.
-제공받은 데이터나 질의응답의 진실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는 없는가?
△금융기관은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다만, 프라이빗 딜에서는 발생할 여지가 있다. 과거 참여한 한 제약회사의 M&A 매수자문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당시만 해도 제약사의 리베이트(Rebate) 등이 많아 약국에 대한 매출채권 적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가 주장하는 회수가능액과 약국이 주장하는 지급예정액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채무조회서 발송과 주요 약국 탐문을 통해 금액을 재확인하고 이를 매매대금에 반영해 딜을 종결했다.
-현장 탐문 등으로도 확인하지 못한 잠재적 위험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계약서 상 진술 및 보장, 손해배상 조항 등을 통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손해배상을 받지 못할 우려도 있으므로, 매각잔금 일부를 일정 기간 동안 에스크로 계정(Escrow Account)에 예치하기도 한다.
-결국 재무실사는 앞서 설명한 절차를 통해 기업의 가치평가를 산출하는 작업으로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매수-매도 측 가치평가에 이견이 발생할 경우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가격협상은 공개매각보다 프라이빗 딜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단 공개매각에서 입찰가가 매도측 기대 금액보다 낮을 경우 프로그레시브 비딩(경매식 호가입찰)으로 협상할 수 있다. 프라이빗 딜에서는 매수측 제시 금액에 대해 매도인이 카운터오퍼(Counter offer:최종 투자 제안)를 할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 가치평가 근거가 공개되기도 한다. 양해각서나 본 계약서(SPA)에 가격조정항목이 있으면 양측 협의를 통해 거래대금의 5~10%가량이 조정되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협상이 원만하지 않다면, 제3회계법인(True up Expert)을 중재자로 지정해 거래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가격협상으로 고생했던 경우가 있는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의 한 지방은행 매각 건을 들 수 있겠다. 우협 선정 이후 체결한 양해각서 내용에 따라 가격 조정이 진행됐다. 당시 우리는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매도 측 자문사로 참여했고, 매수인 측 회계자문사 및 법률자문사와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대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럴 때는 결국 양해각서 조항에 의거한 논리의 치밀성이 중요해지는데, 간혹 협상이 치열해지면 밤을 새는 경우도 있다. 해당 지방은행 건은 새벽 2시에 결론이 났다.(웃음)
-가치평가에 조직, 경영인 등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되나? 정량화된 데이터가 다소 부족해 판단이 수월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영업실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회계법인이 영업실사를 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제반 측면에서 비재무적 팩터(factor)가 고려될 수 있다. 일례로 기업의 주주와 대표이사가 같을 경우, 주주 퇴진 시에 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주주 개인 역량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는 지분 매각 후에 대표이사가 일정 기간 경영권을 유지하던가, 혹은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지분을 일정기간 경과 후 최종정산하는 방법을 쓴다. 개인적으로 금융기관 비재무 팩터는 시장 평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판은 그간의 업무 경험, 업계 관계자 미팅을 통해 검토할 수 있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ESG 지표도 중요하게 반영되는가?
△현재는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 그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 본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매수자에 따라 M&A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경(E) 측면에서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등을 제대로 측정해야 정확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사회(S)·지배구조(G)의 중요성도 크다.
-해외 금융기관 실사 및 컨설팅도 종종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나?
△일단 국가마다 회계기준이 다르고, 금융기관의 규제비율도 다르다. 게다가 언어도 다르고 문화적 차이도 있다. 때문에 삼일은 PwC의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삼일PwC는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17개 국가에 연평균 50명 이상을 파견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 실사를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중견기업의 아세안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회계적 측면에서 어떤 주의가 필요한가?
△인수 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준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K-IFRS를 적용하면 그 차이는 보다 커질 수 있다. 또한 보유 기간 발생하는 수익 관련 세무문제와 엑시트 시점의 세무문제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회계사로서 꼭 지키고 싶은 덕목이 있나?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회계사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회적 책임 등의 측면을 고려하면 역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이다.
-마지막으로, 삼일PwC TS본부만의 경쟁력을 묻고 싶다.
△현재 삼일 TS본부에 약 230명의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곧 스태프들의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문성 강화 및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해 TS본부를 금융기관팀, PE팀, 회생팀, 대기업 팀, 크로스보더(Cross Border)팀, 은행중심 구조조정팀, 밸류에이션 전문팀 등으로 분할 구성하고 있다. 그 외에도 현업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서치센터를 별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PwC 글로벌과 함께 가치창출 M&A 서비스(VCID; Value Creation in Deals)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삼일 TS본부가 앞으로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믿음직한 동반자로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