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바뀐 현대로템 1년)①'악몽의 4분기' 올해도 재현되나?
4분기 적자 지속…경쟁사 성장에 올해는 2분기도 15년 만에 적자
전문가 "또 한 번 카타르발 악재 여지 남겨둬"
공개 2019-11-27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6: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업계에서 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트로이카 중 하나인 플랜트 부문은 5년 이상 적자 행진이다. 재무 구조는 꾸준한 적자로 악화되고 있다. 일회성 비용이 일상적이었던 현대로템에 지난해 12월 '샐러리맨 신화' 우유철 부회장이 실적 반등을 이끌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우유철 부회장이 이끈 현대제철의 1년 실적과 재무상황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현대로템(064350)에게는 4분기 실적일 것이다. 2014년 이후 2016년을 제외하면 현대로템의 4분기는 매년 적자였다. 전체를 기준으로 흑자를 냈던 해에도 4분기 실적은 꾸준히 부진했다. 현대로템의 특징은 지난해 여실히 드러났다. 누적 기준으로 3분기까지 167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4분기에 이보다 8배 이상의 충당부채를 쌓으며 적자로 장부를 마감했다.  
 
현대로템의 분기별 실적 추이. 출처 한국신용평가
 
현대로템이 4분기에 꾸준히 적자를 기록한 까닭은 계절적인 비수기 영향이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주로 비경상적 비용, 일회성 비용이 원인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된다. 일회성, 비경상적이란 표현은 일상적으로 발생되지 않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현대로템은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충되는 개념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결론은 현대로템은 사업 구조상 예상치 못한 큰 약재가 1.25년(5년 중 4년간 4분기 적자)에 한 번 정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악재가 4분기에 집중되는 이유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시즌에 충당부채, 충당금, 손상차손, 평가손실 등을 인식·평가하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간에 4분기 실적이 재무제표에 담긴다. 회사는 상법에 따라 정기주주총회 때 제출하기 위해 감사보고서를 연 1회 이상 작성해야 한다. 
 
감사를 하는 회계사는 "평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연말에 한 번에 잡곤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주요 손실의 원인은 충당금, 결제 통화 변경, 계약금액 조정 등이었다. 일상적이지 않지만, 기업의 적자와 흑자를 뒤집을 수 있는 내용들이 4분기에 몰아서 반영된 셈이다. 
 
 
 
여느 해와 다른 현대로템의 2019년 
 
올해 현대로템의 실적 흐름은 여느 해와 다르다. 올해는 2분기부터 적자였다.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로템은 4분기를 제외하고 통상적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이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해는 2004년 2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분기 105억원의 손실을 낸 현대로템은 2분기 또 한 번 13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적자였던 까닭에 대해 한국신용정보(현 나이스신용평가)는 고속전철 부문의 매출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더욱 부진했다. 14일 발표된 3분기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637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 분기 대비 0.9%,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65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분기 583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철도부문의 부진이 컸다. 저가수주 프로젝트가 매출로 잡히면서 매출원가도 동시에 인식, 원가율이 올랐다. 이번 3분기 현대로템의 원가율은 107%였다. 100원을 벌 때 107원을 썼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가율은 95.3%였다. 
 
원가율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전동차 제조업에서 독점체제가 깨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시장 질서와 달라졌다. 독점체제를 깬 회사는 다원시스다. 다원시스(068240)는 현대로템과 소송까지 갔던 로윈을 합병한 코스닥 기업이다. 전동차 부문에서 매출은 741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각각 1408억원, 2468억원의 수주를 따냈고, 올해는 포스코건설의 1477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과의 계약은 철도 부문 에서 다원시스의 첫 민간투자사업이기도 하다.  
 
철도 부문은 미래 이익과 연결되는 신규수주 역시 하락세다. 지난해 3분기 1.94조의 신규 수주를 따냈으나, 올해는 66% 줄어든 0.65조원에 그쳤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저가 입찰 확대 및 경쟁업체 진입으로 현대로템의 독점적 사업지위가 약화되고 있어 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원시스가 서울메트로로부터 발수해 생산한 전동차. 출처/ 다원시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아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 부문에서 유지했던 독점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해외 철도 부문도 호주 시드니 2층 전동차 계약변경 등의 악재가 있었다. 그는 "최근 생산공정의 병목현상, 가동률 과부하, 납기 지연 등이 실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구조적인 수익성 회복을 예단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재무제표가 튄다'라는 회계 업계의 표현이 있다. 손상차손, 충당금 전입과 같은 비경상적인 비용이 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회사들에게 주로 쓴다. 회계 업계의 용어를 인용한다면 최근 5년간 현대로템은 1.25년에 한 번씩 재무제표가 튀었다. 최근 가장 많이 '튄' 곳은 플랜트 부문이다. 
 
현대로템의 플랜트 부문은 2014년 이후 발전 EPC 프로젝트에서 추가 원가 반영이 반복됐다. 카타르 알다키라 수처리 프로젝트에서만 2017년 1264억원, 2018년 1372억원 충당부채를 4분기에 연이어 인식하기도 했다. 일부 전분가는 카타르 알다키라 프로젝트의 추가 부실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은 "플랜트부문은 2017~18년 대규모 손실을 야기했던 카타르 알다키라 사업이 상당부분 진척됐으나 부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저하된 수주환경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불투명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최재호 나신평 연구원은 "플랜트 부문은 매출이 줄어들며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라면서 "일부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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