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현대백화점(069960)은
두산(000150)이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 포기한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며 시내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여러 면세점포 운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내 면세점에 대한 업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지난 12일 현대백화점의 자회사 현대백화점면세점과 두산은 두타면세점 매장 임대, 직원 고용안정, 자산 양수도 등 상호 협력 방안이 담긴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두타면세점 매장을 임대·운영하고 두타면세점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자산과 유형자산도 양수도 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세청이 모집하는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 참가해 강북 진출을 노린다.
가격은 618억6500만원으로 취득 예정일은 내년 2월28일이다. 계약 조건에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도 포함돼있는데 임차료는 연 100억원으로 기간은 임대차 개시일로부터 5년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출처/뉴시스
현대백화점이 면세사업 몸집을 키우는 선택을 했지만 면세점 실적은 부진하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조7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67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이는 적자를 낸 면세점 때문이다. 실제 같은 기간 면세점은 6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단일 점포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1일 문을 연 이후 2018년 4분기 -256억원, 올해 1분기 -236억원, 2분기 -194억원, 3분기 -171억원으로 연속해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구매 협상력을 높여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타면세점이 관광객의 유동이 많은 동대문에 위치해 있어 입지가 나쁘지 않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빅3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했음에도 지난해 영업이익 10억원을 내며 적자에서 벗어났다. 현대백화점은 두타면세점 위치에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불확실한 면세점 업황
다만, 시내면세점 전망이 부정적이다. 아직 면세 사업이 적자인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투자를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영향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요우커 대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궁으로 국내 면세점 고객이 재편되면서 면세업체 간의 다이궁 유치 경쟁이 심화됐다.
다이궁은 판매를 위해 물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면서 사드 사태 이전의 요우커보다 면세점 매출에 더 큰 영향을 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사드배치를 결정한 2016년, 국내면세점 매출은 12조2757억원이었는데,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요우커가 줄었음에도 다이궁이 크게 성장하며 2017년 14조4684억원, 2018년 18조9602억원으로 매출액은 사드보복 전보다 증가했다. 올해는 9월 말까지 1조982억원을 기록, 올 한 해 20조원 돌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다이궁이 기업형태로 진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내 면세업체는 다이궁을 유치해온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리베이트 개념의 송객수수료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판매금액의 30~40%까지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송객수수료로만 1조3181억원이 나갔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작년에 절반 수준인 6514억원이 지급됐다.
특히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빅 3인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송객수수료 등 비용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지난 5월 면세사업에서 철수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와 지난달 두타면세점을 포기 선언한 두산이 송객수수료 전쟁해서 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두산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수익 안 나면 부담 증가
현대백화점은 올 상반기 매출액 기준 국내 면세시장에서 점유율 2.66%를 차지했다. 두타면세점의 매출액을 포함시켜 계산한다고 해도 점유율은 5.69%로 롯데면세점 38.03%, 신라면세점 25.28%, 신세계면세점 17.96%보다 한참 뒤처진다.
2016년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 출처/뉴시스
두타면세점은 사무실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매장이 너무 낮고 좁다는 단점이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을 하지 않은 것도 매장 크기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으로 활용할 때도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빅 3의 점유율 합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두타면세점의 매출이 그대로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반영되기란 쉽지 않다. 다이궁 유치 등 고객유지 및 확보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비 발생으로 적자폭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인건비 증가도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과 두산이 두타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상호 협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두타면세점 직원은 10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사실상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유상증자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에 출자한 자금은 2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두타면세점 인수자금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현대백화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료, 송객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내수 부진 지속, 온·오프라인 유통업태 간 경쟁 심화, 면세점 업계의 경쟁 심화 등 불리한 업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면세점 사업은 송객수수료 경쟁 심화 등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출자 등 추가적인 지원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