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강성부펀드)는 한국의 주주 행동주의를 표명하며 지난해 7월 설립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KCGI는 델타항공의 깜짝 등장에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에서 한발 물러났고, 5개 펀드 중 2개의 펀드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마지막에 주식을 매수한 '베티홀딩스'는 30%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시장에 파급을 일으키지 못했다. '행동주의 펀드' 열풍을 불러온 KCGI의 행보와 성과에 대해 3회에 걸쳐 중간 점검을 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진칼(180640) 2대주주인 KCGI는 한진 그룹의 주주로서 들러리가 되는 모습이다. KCGI가 한진그룹에 제안한 대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결정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의 성장 방향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강성부 KCGI 대표 사이에 간극이 크다. 이 간극은 차입금으로부터 출발한다.
KCGI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성장도우미'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KCGI는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고민하고 안내하는 경영 컨설턴드(Consultant), 어드바이저(Advisor), 헬퍼(Helper)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라는 메시지로 성장도우미의 의미를 부연했다.
KCGI는
대한항공(003490)의 차입금 수준과 증가 추세를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항공업의 특성상 환율·금리·외교·유가 리스크 등에 노출되다 보니 실적 변동성이 크다. 또한 비행기 구입과 같은 고정비 비율이 높아 영업 지렛대 효과가 큰 상황이다. 그 가운데 차입금이 많으면 재무적인 지렛대 효과도 커 기업은 경영상의 부침을 크게 겪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상반기 말 연결 기준으로 이자가 발생하는 차입금이 약 17.18조원이고, 부채비율은 884%다. 차입금이 많으면 이자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많은 차입금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과중한 편이다. 대한항공의 연결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63.5%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대한항공의 차입금 의존도는 일반적인 기준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7년 말 60.2%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61.5%, 지난 상반기 63.5%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이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는 아니다. 오지랖이 넓게 대한항공의 차입금 수준에 대해 지적한 까닭은 한진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한진칼 무보증사채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진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연동되기 쉬운 상황이다.
차입금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실적을 내거나 자산(사업부 포함)을 팔아야 한다. 대한항공의 실적은 부진하다.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만 4581억원에 이른다. 일시적인 실적과 세부적인 현금흐름까지 고려한다면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실적이 부진하다면 종국적으로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KCGI는 한진그룹이 실적을 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차입금을 줄여 회사가 건실해져 종국적으로 주가가 뛰길 바랐다. 이를 위해 ‘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 개년 계획’ 수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금리의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유휴부지(송현동 , 율도)의 매각 △핵심자회사인 대한항공의 항공업 이외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 마련 △항공우주사업부(MRO)의 상장 계획 수립을 검토할 것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KCGI의 주장은 허공 속의 외침이다. 조 회장 취임 후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상승 중이다. 조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의사결정도 회사채 발행이었다.
조 회장은 신용등급 회복이 아닌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대한항공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올해 목표를 매출액 13조 23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17조원 수준의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은 고려되지 않은 목표인 셈이다.
조 회장 역시 '비전 2023'을 통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395%까지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부채비율은 총자본에서 총부채를 나눈 비율이기에, 부채비율을 내리기 위해서는 총자본을 늘리거나 총부채를 줄이면 된다. 조 회장은 부채비율 축소 방법의 무게 중심을 자본 확충에 두는 모습이다. 비전 2023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예상하는 5년 후 예상부채 수준은 거의 그대로다. 대신 자본 규모를 3.5조원에서 5.5조원으로 지금보다 57.1% 키울 계획이다. 지난 9월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 규모를 늘린 것이 일례다.
비전 2023에 나온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계획. 출처/대한항공
조 회장과 강 대표가 부채비율을 줄이려는 취지는 사뭇 다르다. 강 대표는 회사의 내실화를 기초에 둔 반면, 조 회장은 부채비율 관리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되기에, 부채비율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자가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강 대표는 한진 그룹 내실을 위한 지표로 부채비율을 활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적을 내는 가운데 유휴부지 자산을 매각하고 비효율적 사업부를 개선하거나 팔아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려 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항공기 투자에서도 둘의 생각은 엇갈리고 있다. KCGI는 높은 부채비율 원인을 항공기 구입에서 찾았고 대한항공이 보유한 기종도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새 항공기를 구입하며 새 기종을 도입했다. 지난 7월 20대(787-9, 787-10 각각 10대)의 항공기 구매, 10대(787-10)의 항공기 리스 등 공격적인 투자 결정도 내렸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항공기 구입을 위해 약 7.4조원, 항공기 리스까지 고려하면 11.4조원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 도입 배경과 관련해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 도입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파리 국제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Le Bourget) 보잉787-10 20대, 보잉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산 무니어(Ihssane Mounir) 보잉 상용기 판매·마케팅 수석 부사장, 캐빈 맥알리스터(Kevin McAllister)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존 플뤼거(John Plueger) 에어 리스 코퍼레이션(Air Lease Corporation) 사장. 출처/대한항공
이를 종합해 본다면 현재까지 강 대표의 주장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오너 리스크 감소와 같은 비사업부문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한진칼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과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전일 대한항공도 이 같은 헌장을 제정하고 보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KCGI가 제안했던 메시지였다.
한진칼 관계자는 "경영진의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주주가치 극대화 노력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라면서 "사외이사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지원하고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라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