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파라다이스(034230)가 여름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서 일단은 벗어났다. 실적 확대 및 제반 투자 종료로 현금흐름이 개선돼 차입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AA등급 복귀는 단기간 내 어려울 전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174억원을 기록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다. 증권업계는 파라다이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약 250억원으로 집계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영업이익은 그보다 64%나 높은 410억원이나 됐다.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P-City)가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K-플라자, 부띠크호텔 등 1-2차 시설물이 지난해 9월 순차 오픈했고 올해 3월 말에 실내테마파크 원더박스를 오픈하면서 매출 상승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누렸다. 여름 성수기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 어닝서프라이즈의 주요 원인은 P-City 영업레버리지 효과"라면서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매출액 대비 변동비성 원가 비율은 20%대 초반으로 파라다이스 본사 카지노 대비 10%포인트 가량 낮아 공헌이익률이 70% 후반에 이른다"라고 분석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1352억원을 기록했고,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33%나 증가한 406억원이나 됐다. 그 외 제주그랜드카지노 영업이익 확대 등도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파라다이스 측은 “파라다이스시티의 높은 성장이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라면서 “여름 성수기 효과로 카지노 고객이 증가했으며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 확산에 따른 내국인 수요도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파라다이스는 발등의 불을 끄게 됐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추가로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는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인 5월 초에 파라다이스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1노치 하향했다.
이후 나신평은 파라다이스의 A+ 등급에 대한 재무건전성 관련 하향 트리거로 연결 기준 총차입금/EBITDA 10배 초과 추세 등을 제시했다. 한신평은 순차입금/EBITDA 지표 7배 초과 등을 제시했다. 파라다이스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EBITDA는 11.7배, 순차입금/EBITDA는 9.3배에 이르렀다.
2014년부터 시작된 파라다이스시티 건설로 지난 5년 평균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이 소요됐고, 그 영향으로 동 기간 평균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 2500억원 내외를 기록해 차입금이 불어났다. 게다가 올해부터 회계기준 변경으로 2000억원 내외의 리스부채가 반영돼 차입금 규모는 더욱 커졌다.
파라다이스는 3분기 호실적으로 일단 등급 하향 트리거를 벗어나게 됐다. 3분기 보고서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리스부채를 반기 수준으로 감안해 EBITDA를 연 환산하면 총차입금/EBITDA는 약 7.7배, 순차입금/EBITDA는 5.7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CAPEX 부담이 감소한 덕분이다. 호텔·카지노 사업 등을 영위하는 파라다이스는 운전자금 부담과 분기 변동성이 적어 CAPEX가 현금흐름을 좌우한다.
배당금 영향은 비교적 적다. 파라다이스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최근 몇 년 동안 배당액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파라다이스의 지난해 배당액은 85억원으로 P-City 본격 공사 전인 2014년 대비 83% 감소했다. 파라다이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약 43%다.
실제 현금흐름 개선 효과는 올해 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CAPEX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582억원을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은 동 기간 무려 1000억원 이상 개선된 마이너스(-) 87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감소 동력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파라다이스의 올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2분기 대비 약 5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파라다이스 3분기 호실적에 계절적 요인과, 일본 불매운동 등의 요인이 반영돼있지만, P-City 안정화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파라다이스의 10월 매출액은 P-City 효과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809억원을 기록했다. 월별 최대 실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P-City 흥행 성공으로 마케팅 비용 등이 당초 예상보다 적어지고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있어 2019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 대비 109% 상향 조정했다"라며 "결과적으로 2020년 영업이익은 올해 전망치 대비 57% 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AA급 복귀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차입금 규모가 실질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던 2014~2015년 수준에 이를 때 상향 검토가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상향 트리거로 총차입금/EBITDA 2배 미만 유지 등을, 한신평은 상향 트리거로 순차입금/EBITDA 2.5배 미만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파라다이스는 서울 장충동 신사옥 개조 등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18년 5월에 착공신고를 했지만 아직 진척되지 않았다. 건축법에 따르면 최대 3년 안에 착공하지 않을 경우 허가가 취소된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장충동 사옥은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시티에 대한 투자가 완료되어 투자자금소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그러나 수익성 및 서울 장충동 호텔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하면 차입금 부담이 단기에 2016년 이전 수준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파라다이스는 지난 10월 초 진행한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 발행 수요예측에서 500억원 주문을 받으며 수요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2017년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미매각 기록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