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대림산업(000210)이 수익다각화와 사업역량 강화를 내세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석유화학 분야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건설 부문은 수주 감소라는 부정적인 신호가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30일 대림산업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의 라인업 강화를 목적으로 미국 크레이튼이 보유한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거래금액은 약 6182억원으로 카리플렉스 사업부의 브라질 생산 시설과 원천기술, 영업권, 생산·연구·판매 인력을 인수한다.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의료용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IRL(Isoprene Rubber Latex)와 IR(Isoprene Rubber)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출의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카리플렉스 사업부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5050만달러(585억원)이다. 수술용 장갑에 사용되는 천연고무의 대체재인 합성고무 제품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 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는 대림산업의 자체적인 재무능력을 통해 대응 가능하다. 대림산업은 2018년 연결 기준 EBITDA 1조255억원을 시작으로 연간 1조원 내외의 EBITDA를 창출하고 있고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2879억원에 달한다.
대림산업 폴리부텐 여수 공장. 출처/대림산업
석유화학 부문 사업 다각화는 신성장 동력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부문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각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석유화학 사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8569억원, 영업이익은 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22.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8%로 1.5%p 하락했다.
이번 인수는 폴리에틸렌과 폴리부텐 중심의 대림산업 석유화학 사업부에 합성고무와 라텍스 제품군이 추가되는 것이라 새로운 사업처 확보라는 측면에서 성과가 크다. 카리플렉스의 EBITDA 마진은 30% 이상으로 수익성이 좋은 만큼, 본격적인 인수가 마무리되면 석유화학 사업 실적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리플렉스로 인한 석유화학 사업 실적 개선은 기대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대림산업의 유화사업이 새로 인수할 사업보다 EBITDA가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믹스가 되면 (반영되는 성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주력사업 건설분야, 2년치 일감도 확보 못해
대림산업의 카리플렉스 인수는 빠르면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된다. 지난해 상반기 PTT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의 미국 자회사 PTTGC America와 체결한 미국 오하이오주의 석유화학 프로젝트(에틸렌 150만톤 및 폴리에틸렌 플랜트) 공동 개발도 내년 초에 최종 확정된다.
이렇듯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부문 성장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실적을 내야 하는 건설 분야에서 부정적 신호가 감지되는 있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실적을 사업별로 살펴보면 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3.8%, 58.5%에 달했다. 반면 석유화학은 각각 12.3%, 9%에 불과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3분기까지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외형 역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조9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6%가 줄어들며 전체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
별도 기준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1조5890억원, 영업이익은 1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2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가율은 86.8%에서 84.4%로 2.2%p 낮아졌지만 매출 감소의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대림산업 3분기 실적 및 수주 현황. 출처/대림산업
특히 수주 감소가 눈에 띈다. 대림산업의 9월 말 수주잔고는 19조5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21조8344억원보다 10.4%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약 1.8년의 일감을 확보한 것에 그친다.
3분기까지 누적 신규수주는 3조6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5% 감소했다. 3분기 신규수주는 4258억원으로 61.7%나 줄었다. 2019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목표 수주금액인 10조3000억원에 30% 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둔 석유화학 분야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필요한데, 주력 사업인 건설 분야의 일감 감소가 지속된다면 대림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리플렉스 인수 등 화학부문의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수주의 중장기 전망이 밝지 않고 주택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라며 “유화사업 전략과 같은 과감함과 디테일이 건설사업에서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