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아프리카TV가 두둑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지만 배당과 투자에는 몸을 사리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 개인방송 플랫폼에 집중된 가운데 플랫폼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장기 성장 동력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프리카TV(067160)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568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이 빚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아프리카TV의 실질 무차입 경영은 2014년부터 이어졌다. 지속적인 실적 증가에 힘입어 차입금을 줄이고 사용 가능한 현금성자산 등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448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유동금융자산 포함 742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이 무려 34.5%나 되는 셈이다.
아프리카TV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총차입금. 출처/한국기업평가 등
아프리카TV 수익 80% 내외가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창출된다. 시청자가 개인방송인(BJ)에게 별풍선 등 후원아이템을 지불하면, 아프리카TV는 후원금의 20~4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수수료 비율은 BJ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총수익의 나머지 20%는 광고 및 콘텐츠 등에서 비롯된다.
후원아이템 매출원가가 없다 보니 영업이익률도 20% 내외에 이르고 있다. 물론 트래픽 발생에 지급하는 망 사용료, 개인방송자(BJ) 지원비 및 중계비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 그리고 카드사 등 결제대행업체에 주는 과금수수료 등이 계상되지만 이는 판관비 형태며 수익과 대체로 비례하고 있다.
원가가 없다 보니 현금흐름도 좋다. 재고자산이 없고 매입채무 등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운전자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은 210억원을 기록했다. 운전자본과 유형자산 매입 등 투자, 배당지급액 등을 제하고 남은 현금이 210억원이라는 의미다. 차입금이 거의 없다 보니 잉여현금 대부분이 현금성자산 등으로 쌓였다. 실제 아프리카TV의 지난해 말 가용 현금성자산은 전년 대비 154억원 증가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아프리카TV 프릭업스튜디오. 사진/뉴스토마토DB
재무 건강 좋지만…장기 성장 동력은 물음표
거시적 관점에서, 아프리카TV는 경영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재무건전성에 유난히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해 주식회사는 영업 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이용해 회사를 경영하고 투자를 집행한다. 남은 자금은 차입축소, 현금축적 등 재무건전성 개선과 주주배당 등에 쓰인다. 즉, 경영-투자-재무건전성-배당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며, 필요할 경우 담보 등을 이용해 적정범위 내에서 차입금을 늘려나간다.
아프리카TV는 FCF 점증 기조 속에서 투자 대신 현금성자산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연결 기준 CAPEX는 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오픈스튜디오 운영 확대로 인한 기계장비 및 비품 매입 등으로 CAPEX가 137억원으로 늘어난 바 있다.
배당 비중도 높지 않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봤을 때 배당성향이 늘어나는 듯 보이지만, 영업현금흐름으로 보면 연결 기준 13% 내외의 배당성향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2017년은 BJ 지원비 정책 등으로 매출 대비 영업익 성장이 일시 축소돼 배당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아프리카TV의 소액주주 비중은 올해 반기 기준 54%가량 된다.
아프리카TV 연결기준 배당총액, 현금흐름배당성향.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현금을 쌓으며 실질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은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성장성 높은 사업을 영위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마땅한 투자전략을 수립하지 못해 현금을 놀리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올해 반기 기준 이자수익은 4억3200만원에 불과했다.
한 연구원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과도한 현금보유량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라며 "현금 운용에서 비롯되는 수익성이 차입금 조달을 위한 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해 기회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성장 동력에 일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플랫폼 사업 현금창출력이 좋고, 최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광고 매출 등도 증가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적어 해당 사업 성장 둔화는 곧 수익성 축소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프리카TV의 수익 대부분은 국내에서 창출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온라인 방송플랫폼 시장은 아마존의 트위치, 구글의 유튜브 등 해외 기업 본격 진출로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BJ 리스크도 상존한다. 과거 유명한 게임 전문 BJ 등이 아프리카TV와 송출수수료 갈등을 빚으며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간 바 있다. 또한 최근 유명세를 얻어 공중파 스포츠 프로그램까지 진출한 BJ는 돌발 성희롱 발언으로 온라인 방송을 한동안 중단한 바 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기보다는 코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서버 확대, 동영상, 자회사 등 신사업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BR캠페인을 인수하는 등 작은 규모의 M&A도 진행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제휴할 수 있는 회사도 물색하고 있다”라며 “시너지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 등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투자를 추진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아프리카TV는 중기적 관점에서 e스포츠(e-Sports)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BS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e스포츠 전문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CAPEX가 투입되고 있는 아프리카오픈스튜디오 역시 BJ 중심의 e스포츠 2차 시장 확대 발판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다만 제반 투자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상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