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경험이 있는
SK네트웍스(001740)가 10일 웅진코웨이 본입찰에 또다시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7년 전의 모습이 재현됐다. SK네트웍스가 본입찰에 빠지는 배경에 대한 시장의 분석 역시 그때와 유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매각에 관한 본입찰을 앞두고 SK네트웍스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웅진씽크빅(095720)이 보유한
웅진코웨이(021240) 지분 25.08%고, 적격인수후보는 SK네트웍스,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 베인캐피탈 그리고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 등 4곳이다.
지난 2012년 웅진그룹(구 웅진홀딩스)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당시에도 SK네트웍스는 같은 행보를 보였다. 당시에도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한 예비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장참여자들은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부족한 현금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 등으로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통과 이슈를 제외하면 이번과 큰 차이가 없다.
SK네트웍스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실사를 통해 웅진코웨이의 렌탈 사업 노하우만 얻어 갔다. 웅진코웨이는 렌탈 사업 부문 1위의 회사로서 2위인 SK매직보다 영업이익률이 약 3배 높다. SK매직은 SK네트웍스의 사업부 중 하나다.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웅진코웨이의 영업이익률은 18.2%다. 반면 SK매직은 6.1%(연결 기준)에 그쳤다. 웅진코웨이의 높은 마진율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웅진코웨이의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다. 높은 영업이익률뿐만 아니라 완연한 성장세도 이어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2분기 매출 7555억원, 영업이익 1382억원을 올렸다.
웅진코웨이, SK매직의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IB업계 관계자들은 SK네트웍스가 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소득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SK네트웍스가 숏리스트까지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면서 "공시에 나오지 않은 영업기밀을 데이터룸 보는 비용 몇 푼만 내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란 이유로 공개하는 정보를 제한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강력한 인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딜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자(Buyer)가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매각자(Seller)는 회사의 성장성이 제한됐다고 생각할 때 거래가 쉽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 인수 의지가 있었다면 베팅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며, 베팅을 선택하지 않았다.
SK네트웍스가 발을 뺀 배경에 웅진코웨이의 전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존재를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MBK파트너스가 웅진 코웨이를 크게 효율화시켰기에 SK네트웍스 입장에서는 SK매직을 효율화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며 회사를 엄청 효율화했다"면서 "유통망, 임직원,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한다면 경영, 재무, 생산, 마케팅, 인력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라며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머리 꼭대기에 있는 회사라 추가로 효율화시킬 여지가 많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 내실 강화에 방점
SK네트웍스 내부에서 회사의 내실 강화를 기할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제로 SK네트웍스의 부채, 차입금 수준은 조절이 필요한 수준이다. 이번 반기 말 연결 기준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337%다. 지난해 말 236%와 비교하면 10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AJ렌터카를 인수하며 리스 부채가 1.5조원 잡혔고, 차입금이 약 1.4조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차입금이 증가하며, 차입금의존도는 역시 33.9%에서 51.4%로 증가했다. SK네트웍스의 최근 5년간 차입금 의존도는 30% 내외였다.
SK네트웍스 차입금 내역.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회계 제도의 변경에 따라 부채비율이 증가한 부분도 있고, 부채비율은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달리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6개월 사이 100% 이상 부채비율이 증가한 부분은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상일 경우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부채비율이 300%일 경우 금융비용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비율 400% 이상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돼 금융권을 통한 자금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추후 기업들은 악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 출처/나이스신용평가
SK매직을 IPO 하려는 계획 역시 내실 다지기의 일환이다. IPO를 통해 주주들을 모집하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 확보된 재원을 상환에 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유소 사업 부문의 매각 방침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SK네트웍스는 렌터카 사업 부문을 매각한다는 계획은 강하게 부정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 부문 매각은 내부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라면서 "하지만 렌터카 사업 부문이 SKT로 매각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