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연말 이사회 결의를 앞두고 그동안 두둑한 배당금 잔치를 벌여온 한화토탈의 중간배당 여부에 업계 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거액의 배당금 지출을 동시에 감당해왔지만, 최근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압박을 겪고 있어 배당성향을 유지할 경우 신용도 하향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한화(000880)그룹 계열사 한화토탈의 지난 4년(2015~2018) 평균 배당총액은 6698억원을 기록했다. 동 기간 평균 영업활동현금흐름의 55%에 이른다. 한 해 벌어들인 현금의 절반 이상을 배당에 투입해온 셈이다.
단순히 말해, 주식회사는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투자비용(CAPEX), 배당금 등을 제하고 남은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간다. 원활한 경영이 지속되려면 한정된 자원을 투자-배당-재무안정성에 균형 배분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화토탈의 투자비용 지출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1조4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진척 중이다. 최근 에틸렌 31만톤, 프로필렌 13만톤 생산규모의 가스전용 분해시설을 완공했고, 오는 2021년까지 에틸렌 15만톤, 폴리에틸렌 40만톤, 프로필렌 4만톤, 폴리프로필렌 40만톤의 생산시설 추가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한화토탈이 지난 9월 완공한 가스 전용 분해시설 전경. 해당 시설은 충남 대산공장에 위치해 있다. 사진/한화토탈
투자 기간 내 재무안정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이때 관건은 실적 유지가 된다. 상황에 따라 투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적을 좌우하는 업황 악화가 구조적 원인에 기인할 경우 향후 투자 효과도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재무안정성 하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황은 구조적 부침을 겪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중에, 중국의 자급률 확보 정책으로 파라자일렌(PX), 스티렌모노머(SM) 등의 공급과잉 우려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스프레드 하락 등에 따른 실적 감소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화토탈 별도 기준 매출 40% 내외가 PX, SM 등 중간제품군에서 창출되는데, 해당 제품군의 올해 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43% 감소했다. 물론 여기에는 유증기 유출 사고로 인한 파업 영향 등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PX 증설로 비롯될 공급증가분이 테레프탈산(TPA) 수요보다 많아 PX 공급과잉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SM 역시 중국의 반덤핑 판정과 생산시설 증설 등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즉, 한화토탈의 재무안정성은 투자와 업황 악화 맞물림으로 예상보다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배당 기조가 재무안정성 개선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이유다.
한화토탈의 높은 배당성향이 재무안정성을 저하하는 흐름은 실제로 드러난 바 있다. 한화토탈의 지난 4년 평균 자본적지출(CAPEX) 비중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40% 내외였지만, 지난해에는 72%로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7686억원의 배당금 지출액이 소요되다 보니, 한화토탈의 지난해 별도 기준 FCF는 마이너스(-) 6052억원을 기록했다.
FCF 적자는 곧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한화토탈의 지난해 총차입금은 직전연도 대비 5171억원 증가한 2조2445억원을 기록했다. 배당액 결정과 실제 지출 기간 사이에 일부 시차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빚내서 배당한’ 셈이 됐다.
재무안정성 저하는 신용등급 하향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한화토탈은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다. 신용도가 하락하면 조달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 1.5배, 차입금의존도 35% 초과 지속 등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별도 기준 손익현금흐름/순차입금 20% 이하 또는 별도 기준 순차입금의존도 30% 초과 지속을 제시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올해 반기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7.6%, 순차입금/EBITDA는 3배를 기록했다. 신평사는 일단 한화토탈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한화토탈 신용등급에 부정적 시그널이 있는 것은 맞지만 투자 진행 상황과 변동성이 큰 업황 등을 고려하면 당장 아웃룩 하향을 고려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배당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향후 배당정책이 재무안정성 저하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중간배당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화토탈은 수년간 중간배당을 시행해 왔으며, 배당 결의는 매년 4분기 말에 이뤄졌다.
한기평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배당 가정 후 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자기자본)이 100%를 초과할 때 배당을 제한한다는 약정을 주주 간 체결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올해 반기 기준 순차입금비율은 약 68% 내외로, 금액으로는 약 1조1000억원 차이가 난다. 큰 폭의 재무안정성 저하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고배당 여력은 있는 셈이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당사의 중간배당 여부와 배당액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특히 좋지 않아 기존 수준의 배당정책 유지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합작사인 만큼 배당정책에서 프랑스·한국 경영문화에 따른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동 수로 구성된 등기이사가 하게 되므로 문화 차이 등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토탈 배당은 한화그룹의 승계 이슈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합작사인 한화토탈의 지분 50%를 한화종합화학이 들고 있으며,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 한화에너지 지분 전량을 에이치솔루션이 갖고 있는데, 에이치솔루션 지분 전부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종합화학은 수년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업계는
삼성물산(028260) 등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24%가량 되다 보니 배당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신 한화종합화학은 거액의 배당금을 곳간에 쌓으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한화종합화학의 지난해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상승한 6212억원을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부(-)의 순차입금 유지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늦어도 2022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켜야 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