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지난 5월에 발표된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평가대상 63개국 중 28위로 전년도 27위보다 1단계 하락했다. 이 중 회계 투명성 지표에 해당하는 “감사와 회계 실무”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63개국 중에서 61위를 차지하였다. 2017년의 63위, 2018년의 62위에 이어 상승한 것이지만 계속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회계 투명성 평가는 왜 낮을까? 일부에서는 IMD 평가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IMD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평가는 “기업의 감사와 회계 실무가 적절하게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단일 설문 문항에 대한 답변에 근거하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을 적절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 주체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IMD의 회계 투명성 평가에 대한 설문은 주로 우리나라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우리나라 경영자의 평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색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이 언론에 지나치게 확대 보도되어 평가 결과가 안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해도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63개국 중 61위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2018년 11월 ‘신(新)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회계개혁’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2019년의 평가가 낮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최소한 중위권 이상이라는 국내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하위는 아닐지라도 낮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구나 IMD의 설문이 우리나라 경영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데, 기업의 회계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고,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있는 경영자의 평가 결과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IMD와 같은 외국기관의 낮은 평가 결과가 그 적정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본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IMD 평가 결과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낮은 평가 결과가 자본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에서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의 교육을 확대하고 분식회계나 IMD의 부정적인 발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라는 대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있는 경영자의 인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 전환 등 현재 진행 중인 회계 개혁으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으므로 회계에 대한 투자가 결국은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생각에서 올바른 회계가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공인회계사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독립된 감사인으로서 공인회계사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공인회계사의 존재 이유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감독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계속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회계개혁이 기대하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이러한 회계개혁이 결국은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는 주주와 채권자 등의 인식 전환과 회계개혁에 대한 응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순위가 최상위권에 오르는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