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국내 LPG시장 복점 중인
SK가스(018670)와
E1(017940) 순이익이 파생상품평가손실로 크게 감소했다. SK가스는 내수판매 비중 확대와 래깅효과(원유 도입과 제품 출하 시기 차이에 따른 효과) 등으로 손해를 줄였다. E1은 손실을 크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대신 회계기준 변경에 힘입어 재무지표를 개선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가스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파생상품평가손익 및 거래손익은 마이너스(-) 560억원을 기록했다.
E1도 상황은 비슷하다. E1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파생상품평가손익은 마이너스(-) 122억원을 기록했다.
E1과 SK가스는 국내 LPG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E1의 지난해 국내 LPG 시장점유율은 23.4%였고, SK가스의 시장점유율은 45.8%였다.
양 사 실적은 LPG사업이 좌우한다. SK가스는 연결기준 매출 100%가 LPG유통업에서 나왔다. SK가스 종속기업도 SK가스 인터내셔널, SK가스 트레이딩 LCC 등 LPG 관련사가 거의 전부다.
E1의 경우 매출의 약 90% 내외가 LPG유통에서 창출된다. 나머지는 종속기업인 LS네트웍스의 의류 및 외제차 중개판매 등에서 비롯된다. 다만,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LPG사업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내 주요 LPG수입사 파생상품 관련 손익.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두 회사의 파생상품 손실은 LPG 국제가격 급락 등에서 비롯됐다. 양사는 리스크 헷지를 위해 LPG 선도 계약을 체결 중인데, 파생상품은 자산 및 부채로 계상되지만 결산 시기에는 당시 시점의 가격 등을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재평가해 그 손익 차이를 영업외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2분기 실적 결산시점인 6월 프로판 국제가격은 전월 대비 톤 당 95달러 하락한 톤 당 430달러를 기록했다. 부탄 가격도 전월 대비 톤 당 115달러 떨어진 톤 당 415달러였다. 국제 LPG가격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현물, 재고상황, 국제유가 등을 고려해 공표하는 계약가격(CP)으로 정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LPG 국제가격은 2분기 말 즈음부터 미국, 중동 LPG 재고 증가로 인해 하락 압력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양사의 LPG 선도 파생상품은 위험회피회계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평가손익 전량이 영업외손익으로 처리된다. 즉,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순이익 혹은 세전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가손실은 양사의 올해 2분기 순이익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실제 작용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PG업계 실적은 영업이익에 파생상품평가손익분 등을 조정 반영해야 한다”라며 “취급물량 증가로 LPG업계 파생상품 만기가 길어지고 있어 평가 시점마다 유가,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가변성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가율 축소로 파생상품평가손실 메운 SK가스
거액의 파생상품평가손실에도 SK가스의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564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원가율 개선이 주효했다. SK가스의 2분기 연결기준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 하락한 91.5%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SK가스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4%를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동력이 됐다.
내수 판매량 확대 등이 원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SK가스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내수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56.4%를 기록했다.
SK가스는 “석유화학 등 내수 판매량 확대로 견조한 내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LPG수입사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만, 내수 매출액이 절대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SK가스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LPG 내수 매출액은 1조44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86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내수 매출 비중 증가는 해외 판매량 축소 및 SK디엔디 지분매각에 따른 지배력 상실로 연결기준 매출액이 8595억원 감소한 데에서 기인했다.
래깅효과 영향도 일부 있다. LPG CP가격이 1분기 중 하락세 보였고, 지난 5월 국내 LPG공급가격을 킬로그램(kg) 당 68원 인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LPG공급가는 2월부터 4월까지 동결됐었다.
전우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LPG유통업의 연간 영업이익률(OPM)은 2.3% 수준으로, 약간의 래깅효과가 어닝쇼크 또는 서프라이즈를 만든다”라고 분석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재무지표 개선한 E1
E1도 래깅효과를 봤지만, 원가율 개선 효과는 SK가스 대비 미미했다. LS네트웍스 등의 실적이 제외된 2분기 별도 기준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감소한 95.2%를 기록했다.
원가율 감소로 2분기 영업이익률이 0.9%로 올라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SK가스에 비해서는 미미했다. 이 영향으로 적자도 지속됐다. E1의 2분기 별도 기준 순손실은 254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E1의 올해 반기 수출 비중은 전체의 62.5%에 이르는 210만톤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E1 수출량 대부분은 중계무역”이라며 “중계무역을 통한 외형확대는 내수 판매량 둔화를 완화하고 있으나 내수 마진 대비 스프레드가 작아 수익성 하락 위험을 충분히 흡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1 LPG충전소에서 택시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신 E1은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이익을 봤다. 별도 기준 사용권자산 2101억원이 자산으로, 리스부채 2020억원이 부채로 계상됐고, 이 영향으로 LPG운반 선박 등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EBITDA에 포함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E1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억원 늘어났지만, EBITDA는 366억원 증가한 845억원을 기록했다.
EBITDA 확대는 재무지표 개선에도 영향을 줬다. E1의 올해 반기 별도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5.9배 기록했는데, 만약 리스회계 변경이 없었다면 약 7배 내외 수준에 이를 전망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E1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중 하나로 별도 기준 순차입금/EBITDA 9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E1은 사용권자산의 감가상각비 효과 등으로 EBITDA가 증가해 재무커버리지가 전년 대비 오히려 개선됐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