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로위와 조은저축은행은 기존의 금융을 뒤집었다. 참신함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금융의 기능을 상실시켰고, 전환사채와 같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SC로위의 금융거래는 본인들의 돈을 저축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코스닥 기업은 도관에 불과했다. 투자 유치, 사업 확장의 기회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코스닥 기업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재무 구조 악화·대규모 적자·주가 폭락이란 결과가 코스닥 4개사의 투자 성적표가 됐다. <IB토마토>는 SC로위와 조은저축은행의 메자닌 투자와 관련해 거래 방식, 결과 그리고 법적 하자 여부를 검토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A코스닥 기업은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자금을 조달하고 싶은데 담보가 없었다. 그때 어떤 투자자가 나서 솔깃한 제안을 했다. 우선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적절한 담보가 있으면 받겠다는 것이다. A회사는 투자자에게 고마워하며 허겁지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투자자는 특약 사항을 제안했다. 담보가 생기기 전까지 자금을 자산운용사에 맡기자는 제안이었다. A사는 받아들였다.
이에 A사는 위 투자자로부터 3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존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15억~1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회사가 3배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A기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투자자를 위해 후한 조건을 제시했다. 전환사채 발행시, 이자율은 보통 0%였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스케일이 다른 자금을 조달한 만큼 연 6.0%의 이자율을 제시했고 행사가격도 후하게 쳐줬다. 아울러 콜옵션 프리미엄도 거금 18억원을 들여 구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비극이 됐다. 이후 A사가 투자자에게 담보를 갖고 가도 투자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사는 초조해졌다. 돈이 들어왔는데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운영을 위해 돈은 필요한데, 자금은 자산운용사 계좌에 묶여있다. 그리고 하루하루 이자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대규모로 자금을 유치한 만큼 이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A사는 사업을 위한 자금을 쓰지 못한 채, 지난해보다 10배가 많은 이자를 지불했고, 대폭 적자가 났다.
코스닥 5개사는 SC로위에게 메자닌 상품을 발행했으나 사용 가능한 금액은 없거나 미미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담보부 사채와 금전채권 신탁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며 나타났다. 담보부 사채임에도 불구하고 담보가 없었던 코스닥 기업들은 담보부 사채를 발행하며, 향후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금전을 신탁사에 맡긴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담보를 제공하기 전까지 자산운용사가 SC로위의 투자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금전신탁의 계약은 PIM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산의 수탁기관은 미래에셋증권, 재수탁기관은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두 개의 복합 계약에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금전채권 신탁의 계약을 받아들인 코스닥 5개사다. 담보를 제공하기 전까지,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의 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CB나 BW를 매입할 때 주식으로 인한 이익을 우선 고려한다"면서 "당연히 SC로위도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투자자와 회사의 관계를 동반자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SC로위는 그들의 생각과 다른 것으로 추측된다.
그 관계자는 "SC로위는 안정적으로 고율의 이익을 얻길 바라는 것 같다"면서 "CB, BW에 붙은 전환권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 계약에서만큼은 키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기존 다른 사채권자들과 다르게 SC로위는 CB, BW 매입 목적이 이자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또한 둘 간의 계약에서 담보를 승인하는 권한은 SC로위 쪽에 있었다.
현재까지 SC로위가 코스닥 기업에 투자자금을 계약 이후 추가로 사용케 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양네트웍스, 크로바하이텍, 포티스, GV, 이엑스티 모두 추가로 담보를 승인한 일은 공시를 통해서 확인된 바 없다. 사용가능한 금액이 있는 이엑스티와 크로바하이텍 역시 계약 당시에 인정받은 담보다.
금융의 기능, 작동하나?…무제한 이자율이 가능한 구조
세법은 다양한 이자 소득을 과세하기 위해 유형별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는 이자는 과세 범위에 포함된다.
과연 코스닥 5개사는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인가? 5개사 중 담보를 인정받은 크로바하이텍과 이엑스티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는 자금을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신탁에 의해 묶여 있다 보니, 보유한 금융 상품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들은 그림의 떡을 위해 △5~6%의 이자 △주가 하락에 따른 행사가 재조정(Refixing) △선이자 성격의 콜옵션 프리미엄 △발행일로부터 1년 뒤 행사 가능한 풋옵션 등을 제공했다.
자금을 사용조차 못 한 기업이 지불한 이자율은 사실상 무한대다. 금전 사용의 대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용하지 못하는 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만약 발행금액이 300억원이고, 사용금액이 30억원, 콜옵션 프리미엄 5%, 표면이자율 5%인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이자율은 100%가 된다. 그 회사는 표면이자율 5%로 인해 발생할 15억원과 콜옵션 프리미엄 구입 비용인 15억원을 더해 총 3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이들이 사용한 자금은 30억원이다. 즉, 30억원 사용을 위해 이자를 30억원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금전신탁에 따른 수수료, 계약에 따른 수수료 등을 고려한다면 이자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5개사의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자금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하고 거액의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했다.
끝은 깔끔하게…출구=풋옵션
SC로위와 코스닥 5개사가 체결한 계약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풋옵션의 존재다. 메자닌 펀드 계약에 늘 있는 일이지만, 5개사의 풋옵션에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란 문구가 따라다녔다. 지난달 7월 SC로위가 처음으로 풋옵션을 활용한 사례가 나왔다. 동양네트웍스다. 지난해 7월12일에 발행한 동양네트웍스의 1, 2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한 SC로위는 지난달 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 행사로 이에 관한 동양네트웍스와 SC로위의 금융 거래는 깨끗이 끝이 났다.
동양네트웍스는 SC로위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며 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해당 자금을 활용하지 못했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SC로위에 (자금을) 상환했다"면서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관련 질문에 답을 피했다. 이 사례는 다른 코스닥 4개사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관련 기업의 여러 관계자들은 동양네트웍스처럼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자만 지불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SC로위는 풋옵션을 사채 발행일로부터 1년 이후 사용가능하게 계약을 했다"면서 "동양네트웍스의 경우를 보면 1년이 지나자마자 SC로위가 풋옵션을 행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도 동양네트웍스처럼 돈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SC로위에게 이자만 지불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