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웅진이 사채를 활용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껐다. 보통의 회사처럼 차입으로 차입금을 갚았다. 하지만, OK캐피탈 조달 금리를 고려할 때 웅진의 조달 환경은 악화됐다. 대출 기간이 지난번보다 늘어나 상환 압박은 다소 줄었으나, 불어난 이자비용은 웅진의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웅진코웨이(021240)를 제외한
웅진씽크빅(095720), 웅진플레이도시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016880)은 이번 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상환을 위해 자회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북센·웅진플레이도시 주식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1350억원을 대출받기로 약정했다. 대출 만기는 1년이다. 웅진은 씽크빅 지분 57.83%, 웅진북센 지분 71.91%, 웅진플레이도시 지분 80.26%를 보유 중이다. 이로써 내년 2월까지 사모채 상환에 관한 부담은 덜었다. OK캐피탈 측은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OK캐피탈에 대출을 받은 것은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은 공모뿐만 아니라 사모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웅진그룹은 신용등급이 모두 소멸한 상태라 공모발행은 불가능하다. 사모채 역시 어렵다. 신용등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급변하는 웅진그룹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인수인들이 신용등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신평사 관계자는 "특약 사항으로 신용등급의 트리거가 존재한다면 사모사채의 경우도 등급이 필요하다"면서 "채권자가 기업의 위험에 노출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1금융에서도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금융 관계자는 "담보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웅진그룹에 대출은 힘들 것"이라면서 "회생 절차에 놓은 자회사도 있고, 웅진 그룹은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라고 말했다. 1분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웅진그룹의 담보제공 자산의 장부 금액은 2조5433억원이고 현금을 제외한 웅진그룹의 총자산은 2조7287억원이다. 또한 연결 기준 웅진그룹은 1분기 말 2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지원 역시 희박해진 상태다.
이번 대출은 지난 번 대출보다 만기가 다소 늘어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 있다. 자금을 차입할 당시(2019년 2월) 웅진 그룹은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 빠른 자금 융통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는 유동성 안정이 더욱 중요했기에, 지난번보다 차입 기간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이자율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웅진이 발행한 사모채의 연 이자율은 3.4~4.6%였다. OK캐피탈의 조달 금리도 비슷한 수준이다. OK캐피탈의 원화 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3.4~4.61%고 회사채 조달 금리는 2.2~4.6% 사이다. 가산 금리를 고려한다면 웅진이 기존에 조달한 금리보다는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코웨이 제외 계열사 영업이익 '경고등'…영업력↑·계열사 '매각 추진 中'
코웨이, 북센을 제외하면 웅진그룹의 주요 회사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상인 회사는 찾기 어렵다. 두 회사는 M&A 시장에서 매물로 대기 중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회계 교육을 오랜 기간한 회계사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차입 규모가 적절한지를 측정하는 기준"이라며 "이자보상비율이 100%인 경우 기업 가치는 감소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큰 회사는 좀비기업, 한계기업으로도 불린다"라고 덧붙였다.
웅진 그룹 주요 회사의 이자보상비율은 △(주)웅진 (-)329%, △웅진씽크빅(코웨이 제외) 94.5%, △웅진플레이도시 24.7%, △웅진북센 323% △웅진코웨이 2702% 등이다.
별도 기준 1분기 (주)웅진의 순이자비용은 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17억원과 비교해 2.5배가량 증가했다. 2018년 1분기 말 730억원 수준이었던 차입규모가 1분기 말 3800억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1분기 말 영업이익은 135억원 손실을 기록, 마이너스가 나왔다.
또한 1분기에 기록한 순이자비용 41억원은 웅진의 자체 사업으로 감당하기 과중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웅진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5년 말로 당시의 영업이익은 158억원이었다. 이번 사채를 조달하기 전 지난 1분기 웅진의 이자비용 41억원을 연 환산하면 164억원이다. 이자보상비율은 96.3%수준이다.
웅진씽크빅의 사정은 웅진(주)보다 낫지만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33억원, 순이자비용은 34.8억원으로 이자보상비율은 94.5%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자보상비율이 780% 수준(영업이익 50억원, 이자비용 6.4억원)임을 고려할 때 크게 악화된 수치다. 나머지 자회사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웅진에너지는 법정관리상태, 웅진플레이도시의 이자보상비율은 24.7%(영업이익은 21억, 순이자비용은 85억원), 태승엘피는 자체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지 않는 회생절차 소송 전담 법인이다.
그나마 자체적으로 현금 창출이 가능한 회사는 웅진북센과 웅진코웨이다. 두 회사는 모두 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 두 회사 모두 인수 희망 기업들을 적격예비인수후보자(숏리스트)로 추려 VDR 실사 등 예비 실사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부여할 예정이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