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는
LG전자(066570)가 두 수처리 자회사를 일괄 매각 방식으로 테크로스에 매각한다. 매각 가격은 당초 알려진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거래가 성사된 이유는 각자의 목표와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수처리 사업 부문의 자회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부방의 관계사인 테크로스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금액은 2500억원 전후로 양측은 금주 내로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회사의 매각 가격은 당초 LG전자가 희망한 가격인 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5000억원은 두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10배를 곱한 가격을 기업 가치로 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론적으로는 이자비용 및 법인세 공제 전 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해 구하지만 편의상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의 합으로 계산한다.
다만,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가치는 크게 줄었다. 이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이 계열사 중심으로 매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가격이 4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 매출이 많아 향후 현금 흐름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LG계열사로부터 이탈을 가정해 내린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검토 대상 등재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보통 이럴 경우 70~80%는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번의 경우 1분기 정도 지나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향후에 차입 금리가 높아지기에 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딜은 이뤄졌다. 매수자(부방+테크로스)와 매도자(LG전자)는 모두 사업의 '연속성'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로 꼽힌 투자자 중 부방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 모건스탠리(PE)는 재무적투자자(FI)다. FI는 보통은 3~5년, 길면 10년 이내에 회사를 키워 높은 값에 팔고 떠나는 걸 목표로 하는 투자자이기에 사업의 연속성과는 거리가 있는 투자자다.
LG전자, 사업 재편 + 매수 대상 SI 선호
LG전자는 지난해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업 재편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주력 사업과 비주력 사업을 구분,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 중이다. 그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분야를 신사업으로 낙점, 새 판을 까는 모습도 함께 보이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수처리 관련 두 자회사를 일괄 매각해야 사업 재편이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딜이 오가는 과정에서 부분 매각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부분 매각을 할 경우, 수직 계열화를 통해 발생되는 시너지를 자칫 잃을 수 있었다. 수처리 산업의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를 담당하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과 유지·보수 등 운영을 담당하는 하이엔텍은 육상 수처리 산업의 벨류 체인을 모두 다루고 있다.
부문 매각은 회사 1개를 매각하는 것 이상의 타격이 회사에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LG전자 측은 거래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사업 재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괄 매각하는 것이 중요했다.
외주 용역 비율·그룹 매출 의존도 높아
두 자회사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우선, 두 회사 모두 시행 능력은 우수하지만 시공 능력은 부족하다.
두 자회사의 매출액은 5년 사이 7.7배(LG히타치워터솔루션), 2.4배(하이엔텍) 늘었다. 늘어난 수주를 대응하기 위해 두 회사 모두 엔지니어링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 자회사는 모두 외주용역비율이 높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지난 3년 평균으로 외주 용역 비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높다. 하이엔텍은 시장점유율 1,2위인 경쟁사들보다 3년 평균 외주 용역 비율이 6배, 1.8배 높다.
외주용역 비율.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또한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경우, 매출액의 70%가 LG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등 특수관계자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다.
이에 반해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수처리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하이엔텍은 공공 기관과 장기 계약을 맺어놓았다. 인수를 한다면 테크로스는 나름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일부 확보해놓은 셈이다. LG전자의 두 자회사는 차입금도 거의 없어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또 인수 시 내륙 수처리 시설 벨류체인을 모두 확보하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LG전자는 재무적투자자(FI)보다 회사를 인수한 이후 경영을 통해 회사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자(SI)를 더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엑시트(exit)가 아닌 회사를 꾸준히 경영할 주체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테크로스의 이중희 부사장은 테크로스를 인수하며 인수회사를 키운 업력이 있다. 이 부사장이 인수하기 전 테크로스는 매출액 34.5억원, 자산총계 109억원의 회사로 매출액 회전율이 32%로 낮은 회사였다.
이 부사장이 인수한 이후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우선, 자산의 활용도가 증가했다. 32%였던 매출액 회전율은 이듬해 106%로 증가했다. 매출액 회전율은 총자산 대비 매출액으로 기업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이중희 부사장 테크로스 인수 전후 주요 재무제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이후에도 외형 확장과 함께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했다. 인수 3년 만에 매출액은 6.4배, 총 자산은 7.4배 늘었다. 인수 전 53억원 적자(영업손실)였던 회사를 4년 만에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변모시켰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 신용등급 '적신호'
두 자회사는 LG그룹의 품에서 성장을 했다. LG그룹과 영업 연계성이 높다. 또한 시공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신용평가사는 LG그룹을 떠날 경우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승범 한기평 연구원은 LG히타치워터솔루션에 대해 "LG 계열에서 분리된 이후 지금 수준의 밀접한 영업 연계도 및 수주 확보의 안정성이 담보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자체 사업이 호조인 점은 LG전자의 두 자회사를 인수한 이후 예상되는 어려움에 완충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크로스는 자체 사업인 해양 수처리 설비는 관련법의 개정으로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로스는 올해 2분기까지 총 351척의 선박에 제품을 설치하는 수주를 따냈다. 전년 대비 144% 이상 성장한 수치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