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73조원인 삼성전자는 어떤 기업이라고 정의내리기 어렵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2위인 SK하이닉스(50조원)보다 5배 이상 많다. 또한 CE(백색가전), IM(스마트폰), DS(반도체, 디스플레이), 하만(전장 사업) 등 사업부문도 다양하다. 한 10대 회계법인 이사는 "삼성전자는 왕국이다"라면서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왕국의 현 상황을 영업활동, 재무활동, 투자활동으로 파악해 삼성전자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삼성전자는 반년 간 번 돈의 절반을 반기 배당으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 성향 기준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주 충성도 강화 차원이라는 면은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원인에 대해선 투자처 부재, 성숙형 기업으로의 전환, 지배구조 이슈 해소 등 각각 다른 의견을 냈다.
통큰 배당으로 주주환원 박차
이달 31일 삼성전자는 실적에 관한 컨퍼런스콜을 개최할 예정이다. 관례상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분기 배당금 발표가 예상된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2.4조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47.1%였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 배당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1997년 48.5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2분기 역시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배당 수준은 3년 잉여현금흐름(FCF)을 평균한 금액의 50%를 환원한다. 쉽게 말해 올해 배당에 과거의 실적도 반영되는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발표한대로 FCF의 50% 환원을 가정했을 때 이번 분기에 예상되는 배당액은 2.5조원* 내외다. 1분기 배당액인 2.4조원을 더할 경우 반기 배당액은 4.9조원이 된다. 이는 1분기 당기순이익 5.0조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배당성향과 잉여현금흐름. 출처/DART
지난해 이후 삼성전자 배당 정책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그 기점은 2015년 발표한 1차 주주환원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대 초반 삼성전자의 배당 성향은 7~8%에 그쳤다. 1차 정책이 발표된 이후(2015년~ 2017년) 배당성향은 15% 내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1월 발표한 2차 주주환원 정책은 회사의 배당 성향을 한층 더 높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9.6조원을 배당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연간 매출의 90%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다"며 "그 결과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매출, 이익, 시장점유율과 같은 사업성과는 물론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지속적으로 비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모든 분야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당성향. 출처/DART
성장형 기업에서 성숙형 기업으로 전환?
단순히 고배당 정책만으로 삼성전자가 성숙형 기업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해선 안된다. 삼성전자가 밝혔듯이 배당 정책만 볼 땐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다만, 투자활동과 함께 판단할 때는 성숙형 기업으로 전환되는 모습이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유·무형 자산의 투자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역시 전년(2017년)과 비교해 30.2% 감소했다. 반면 1분기 배당성향은 2017년과 비교해 3.34배 증가했다.
유익선 한화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배당 성향 자체가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주주달래기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질 때마다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되는 부분은 사내 유보금을 신 성장 동력에 투자하거나, 자본적 지출(CapEx) 쪽으로 강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현금 활용 측면으로 볼 때 높아진 배당 성향은 성장형 기업에서 성숙형 기업으로 판단할 확률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성숙형 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사업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지만 눈에 띄게 영업이익이 증가되지 않는다. 그 결과, 성장에 베팅하는 주주가 줄어들기에 주식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배당을 늘린다.
삼성전자의 배당에 대해 한 외국계 신평사 연구원은 "성숙형 기업의 모습"이라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도 좋지 않은 가운데 실적도 부진하고 향후에도 좋을 가능성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와 동시에 배당을 늘리는 모습은 성숙형 기업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배당 정책의 변화는 지배구조에 관련한 리스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배당 정책 변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형 기업의 판단을 배당 정책과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대주주의 비중이 낮을수록 배당을 적게 하고 경영활동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서 "사실상의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삼성물산이 생기기 전에는 삼성전자도 유사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안정되고 난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도움을 줬던 주주들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배당성향이 올라갔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배당에 관해 삼성전자 측은 "건전한 재무구조는 핵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미래 가치와 성과를 창출하는 토대"라면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 단기적 주주 환원과 미래 주주가치 제고 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
*2분기 배당 추정액은 삼성전자가 밝힌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분기 배당이기에 2를 나눈 후 1분기 배당액을 차감한 수치다. 참고로 2019년 배당은 1분기 배당액에서 4를 곱해 연환산했다. 잉여현금흐름은 나이스신용평가를 참고했다. 계산 식은 다음과 같다. [{(0.9*4+37+18.7)÷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