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트론 인수 2.3조·전자BG 증설 9684억 투입인수 잔금·증설 투자·차입 상환 일정 조율 과제현금 유동성 약 2조, 투자 병행 속 재무안정 관리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두산(000150)이 SK실트론 인수와 전자비즈니스그룹(BG)의 조단위 증설 투자를 병행하면서 인수자금 관리와 현금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비용을 낮추면서 자체사업 투자 여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정책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트론의 수익 정상화와 배당금 유입 시점이 지주사의 재원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실트론 역시 설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인수 이후 현금 유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재무 전문가를 지주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업 확장에 맞춰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도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두산)
실트론 잔금에 전자BG 투자까지…조달비용·집행 일정 관리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전자BG의 국내외 생산설비 증설에 2028년 말까지 9684억원을 투자한다.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SK실트론 인수와 자체사업 확장을 병행하면서 보유 현금과 차입금을 사업별로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전자BG 증설은 두산 본사와 해외법인이 나눠 집행한다. 총투자액 9684억원 가운데 국내에는 두산이 직접 4210억원을 투입하며 해외에는 지분 100%를 보유한 중국 창수법인을 통해 5474억원을 투자한다. 두산은 해외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창수법인에 약 1824억원을 출자한다.
여기에 두산은 지난 7월
SK(003600)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 70.61%를 2조 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본 매매대금의 10%인 계약금은 이미 지급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나머지 90%를 지급할 예정이다.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 6566억원을 포함해 2조원 안팎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를 모두 인수대금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자체사업 운영자금과 설비투자 지출을 고려하면 거래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현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역량 강화에 따라 사업부문별 자금 수요가 겹치면서 보유자금과 차입금의 배분도 과제로 떠올랐다. 증설 투자대금 전액을 금융기관 차입으로 조달하는 만큼 기존 유동성을 보존할 수 있지만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뒤따른다. 실트론 인수대금 마련뿐 아니라 이후 투자 집행과 상환 일정까지 고려한 자금 운용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김민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도 이러한 자금 운용 과제와 맞물린다. 김 부회장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자산 매각과 재무 안정화에 관여했다. 성장사업 인수가 진행되는 현재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면서 조달비용과 재무 여력을 함께 관리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AI 관련 정책금융을 통해 시중금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할 수 있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민감도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투자 이후 배당 여력 확보해야
인수 이후에는 실트론이 창출한 현금이 두산으로 얼마나 유입될지가 중요하다. 전자BG는 자체사업의 영업활동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만 실트론은 별도 법인인 만큼 두산이 이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려면 배당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트론은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다. 두산이 인수계약 당시 공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2조 773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두산은 웨이퍼 사업의 연평균 7%대 성장을 예상하고 2031년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제시했다. 전자BG의 CCL에 웨이퍼 사업을 더해 반도체 소재 분야의 수익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두산이 인수하는 지분은 70.61%로 배당이 결정되면 해당 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인수 관련 금융비용을 차감한 뒤 남는 현금이 지주사의 투자 여력을 실질적으로 보충하는 재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도 "SK실트론은 안정적인 배당재원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주사인 두산의 배당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정책금융으로 이자 부담을 낮추고 실트론에서 안정적인 배당을 받는 구조가 마련되면 두산은 자체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 외에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면 향후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신사업 투자나 주주환원에 배분할 여지도 생긴다.
두산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증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전망에 따른 전자사업부의 CCL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라며 "투자금액과 기간은 향후 경영환경과 투자 진행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