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대주전자재료(078600)에 투자한 지 5년째를 맞아 일부 투자금 회수와 경영 참여를 병행하고 있다. 메자닌 투자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한편 회사의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다만 2021년 투자한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는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유 중이다. 최근 대주전자재료가 추가로 7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하면서 ICS의 투자금 회수 시점과 회사의 자금조달 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대주전자재료 배터리 캠퍼스 (사진=대주전자재료)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CS가 현재까지 대주전자재료에 투입한 누적 자금은 총 1000억원 규모다. 이 중 2023년 11월 전기차(EV) 업황 둔화(캐즘) 압박 속에서 추가로 단행했던 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투자는 성공적으로 회수(엑시트)를 완료하며 실리를 챙겼다.
EB로 실리 챙긴 ICS, 800억 CB는 여전히 보유
당시 대주전자재료의 자사주를 대상으로 발행된 EB의 교환가액은 주당 8만 3153원 수준이었다. ICS는 올해 들어 대주전자재료의 실리콘 음극재 성장성이 다시 부각되며 주가가 14만~16만 원선까지 급등하자, 보유 중이던 EB 물량 24만 520주를 장내에서 분할 매각해 투자원금 200억원 대비 약 140억의 차익을 거뒀다. 단순 수익률로 따지면 70%에 달한다.
반면 ICS가 지난 2021년 10월 대주전자재료에 최초로 투자했던 800억원 규모의 제5회차 전환사채(CB) 물량 77만 4023주는 여전히 단 한 주도 전환되거나 상환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10만 3356원이다. 대주전자재료의 주가는 올해 4월 18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ICS는 전환권 행사 대신 보유를 택했다.
해당 CB의 최종 만기일은 오는 2028년 11월 15일까지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만큼, 당장의 차익 실현보다는 실리콘 음극재의 본격적인 개화와 글로벌 업황 추이를 지켜보며 순차적 엑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대주전자재료가 지난 14일 추가로 700억원 규모의 제9회 CB 발행을 결정한 점도 변수다. 신규 CB의 전환가액은 12만원으로, 전환 시 발행 가능한 주식은 58만 3333주다.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오는 22일 납입이 예정돼 있다. 기존 ICS 보유 CB까지 고려하면 향후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잠재 매도물량과 주식 희석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메자닌 투자부터 이사회 진출까지…경영에도 참여
대주전자재료에 대한 총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주도했던 김정원 ICS 전무이사는 지난 2024년 6월 대주전자재료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공식 합류했다. 단순 재무적 감시를 넘어 회사의 중장기 투자 전략과 재무 관련 의사결정에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경영 참여형 크레딧 투자는 대주전자재료가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2023년 말부터 배터리 업황이 침체하면서 대주전자재료의 주가가 하락했고, 리픽싱 조항이 없던 800억원 규모 CB는 주식 전환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ICS는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대신 200억원 규모의 EB를 추가 인수했다.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삼았지만, 만기는 2053년으로 설정됐고 투자자의 중도상환청구권도 배제됐다. 최초 3년간 표면금리는 0%로, 회사가 시설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 자금을 제공한 셈이다.
ICS가 대주전자재료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넥스트1호’의 보유 목적도 올해 4월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에 관여했으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 투자 전략과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려 했다고 밝혔다. 자금 공급을 넘어 이사회에서 투자·재무 의사결정을 점검할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ICS가 당장의 차익 매각보다 산업 생태계 구축과 전략적 동맹에 무게를 두는 근본적인 배경은 투자를 집행한 ‘KBE 펀드’의 앵커 LP가 다름 아닌
LG화학(051910)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CS가 대주전자재료에 투자한 800억원은 지난 2021년 53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코리아배터리&ESG(KBE) 펀드’를 통해 집행됐는데, LG화학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총 1500억원의 출자 약정을 각각 절반씩 분담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전방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소재 공급사인 LG화학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선점하는 효과도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전자재료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전기차의 충전 속도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핵심 소재다. 공급망 안보와 탈중국 기조가 거세진 시점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소재기업은 설비투자부터 고객사 인증, 양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 자금과 경영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투자가 중요하다"며 "일부 투자에서 수익을 실현하면서 남은 투자로 성장에 참여하는 방식은 회수와 밸류업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