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수주잔고 26조에도 현금 압박…단기빚 4조 돌파
연 평균 6516억원 투자 규모로 차입 부담 가중
올 2분기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 55.7% 급증
글로벌 빅테크 재무구조 악화…수주 둔화 '우려'
공개 2026-08-04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1일 16: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발판으로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수주 확대에 따른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증가, 대규모 설비투자가 겹치며 현금흐름은 악화되고 단기성차입금은 4조원을 넘어섰다. 수주잔고가 26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도 재무 부담이 커진 이유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수주 성장세가 꺾일 경우 지금까지 불어난 차입과 투자 부담이 한꺼번에 재무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운전자금·투자 부담 겹쳐…단기성차입 39.2% 급증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에 맞춰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에너빌리티 부문의 가스터빈·소형모듈원자로(SMR)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개발에 644억원을 투입했다.
 
수주 확대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은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5655억원을 기록했다.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은 공사 진행 시점과 대금 청구·회수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다. 수주가 늘면서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이 함께 불어나 현금 회수가 늦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증설 등 설비투자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 1714억원까지 더해지며,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은 -7370억원까지 벌어졌다. 이는 전년 동기 -7034억원보다 적자 폭이 4.8% 늘어난 수준이다. CAPEX는 2023년 6032억원, 2024년 6536억원, 2025년 6981억원으로 연 평균 6516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FCF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자 차입 규모도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6조 6066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 8091억원 대비 13.7% 늘었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29.1%에서 130.6%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유동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조 1994억원으로 전년 말 3조 1889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이 39.2% 급증한 4조 563억원을 기록하며 현금성자산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성자산은 2023년 이후 단기성차입금을 줄곧 상회해왔는데, 올해 1분기부터 단기성차입금이 불어나면서 유동성 압박이 거세진 상황이다. 통상 단기성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을 웃도는 건 단기 지급능력이 저하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에너빌리티 부문에만 총 1조 8847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현금창출력과 유동성 지표 모두 저하된 시점에 향후 투자 집행이 본격화될 경우, 재무부담은 한층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PC 계약 관련 핵심기자재 선구매와 북미향 가스터빈 납기 단축을 위한 사전 제작으로 인한 선제적 자금소요, 일부 프로젝트의 채권회수 지연 등 영향으로 올해 1분기까지 운전자금 부담이 가중돼 차입 부담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주산업 특성상 프로젝트가 많아질 수록 매출채권, 미청구공사 등 운전자금의 영향으로 차입이 늘어나지만 연말에 집중적으로 회수되는 구조"라며 "올해 4분기 역시 수금이 본격화되면서 재무지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 재무부담 확대…수주 둔화 가능성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시점에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재무부담 확대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성장세마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자금을 쏟아부으며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섰고, 이로 인해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다행히 올해 2분기에는 우수한 수주 성적표를 거뒀다. 올해 2분기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는 4조 3368억원으로 전 분기 2조 7857억원 대비 55.7% 늘었고, 이에 힘입어 수주잔고도 8.7% 증가한 26조 35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함께 개선됐다. 같은 기간 에너빌리티 부문 매출은 2조 2330억원으로 전 분기 1조 8959억원 대비 17.8%, 영업이익은 974억원으로 전 분기 570억원 대비 70.9% 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너빌리티 부문 부채비율도 140.7%에서 151.6%로 10.9%포인트 상승하며,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부담도 같이 불어나는 모습이다.
 
회사는 하반기에도 이 흐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체코 원전 시공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자재 계약 등 핵심사업 위주로 약 6조 2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추진해 상반기 실적을 더한 연간 총 13조 3000억원 수주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뉴스케일(NuScale)·엑스에너지(X-Energy) 등 글로벌 SMR 사업자와 미국·영국 등지에서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202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SMR 제조공장을 신축해 연 20모듈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전환되면 가스터빈·SMR 수주가 예상보다 줄어, 재무구조 개선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해 재무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가 축소되면 이를 감당할 영업 체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MR 제조공장이 완공되는 2028년 하반기까지는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되기 전 구간이어서, 그 사이 수주 위축이 겹칠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빅테크 FCF 적자 기조로 인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성장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예상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원전 주기기 수주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SMR 및 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제도, 자금조달, 이해관계 등의 문제로 지연되고 있을 뿐 아직 취소되거나 축소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반기 꾸준한 수주를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체코 원전 포함 주요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가스터빈 등 주요 사업에 집중해 올해 가이던스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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