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주택의 현실)①기술은 됐지만 시장은 없다…모듈러 산업화의 벽
대표 사업으로 기술력 입증했지만 후속 발주는 기대 이하
LH·SH 등 공공 의존 지속…민간 아파트 시장 진입 제한
대형사도 물량 확보 고전…'연속 발주 부재'가 산업화 발목
공개 2026-07-15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1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받아 온 모듈러(OSC) 주택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며 차세대 건설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 검증이 상당 부분 이뤄졌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공공 발주에 의존한 채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선도 기업들마저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면서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공공 중심의 시장 구조와 민간 확산의 한계, 원가와 생산성, 대형 건설사의 사업 전략 변화,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모듈러가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공장에서 주요 구조체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은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차세대 건설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적 완성도는 주요 실증사업을 통해 상당 부분 검증된 것이다. 다만 공공 발주 중심의 제한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속 물량 부족과 민간 확산 지연이 이어지면서 기술의 성공이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 6-3 생활권 모듈러 행복주택 조감도 (사진=세종시)
 
기술 검증 끝냈지만…공공에 머문 모듈러 시장 
 
13일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03년 연간 100억원 규모에서 2023년 8055억원으로 확대됐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35.4%다. 
 
군 시설과 학교, 공공주택 등을 중심으로 시장 외형은 꾸준히 커졌지만, 공공 발주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현재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시장 규모가 약 2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민간 주택시장으로의 확산 여부가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건물의 벽체와 바닥, 천장, 배관, 전기 설비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이다. 현장 작업 비중을 줄여 공기를 단축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날씨 등 외부 환경의 영향도 덜 받아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건설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공법으로 평가한다. 대규모 공장 투자와 운송비 부담이 크고 표준화된 설계가 요구되는 데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공사비가 높은 점은 산업 확산의 제약 요인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모듈러 실증사업이 잇따르며 기술 검증이 이뤄졌다. 중저층 공동주택과 기숙사, 군 시설 등을 대상으로 시공 사례가 축적되면서 시공성과 품질 안정성은 일정 수준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중층 공동주택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모듈러 공법의 활용 가능성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
 
기술 검증이 곧 산업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표 실증사업 이후에도 후속 발주가 충분히 이어지지 않으면서 시장은 여전히 공공 발주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민간 공동주택 적용 사례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실증은 성공, 산업화는 숙제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추진된 세종 6-3 생활권 모듈러 행복주택이 꼽힌다. 416가구 규모의 중층 모듈러 공동주택으로 당시 국내 모듈러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사업 성격이 공공 실증에 가까웠던 만큼 동일한 유형의 후속 사업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부 연구개발 연계 사업은 추가됐지만 민간 분양시장으로 확산되는 연속 발주 구조는 형성되지 못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역시 국내 최고층 수준의 고층 모듈러 공동주택 실증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고층 모듈러의 시공성과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이후 민간 아파트나 리츠(REITs) 등 수익형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술 검증에는 성공했지만 산업 확산으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005490) 계열이 추진한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 '기가타운'도 모듈러 적용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일반 분양아파트가 아닌 그룹 내부 수요를 기반으로 한 특수시설 성격이 강했다. 이후에도 일부 기숙사와 군 시설 등을 중심으로 반복 발주가 이뤄졌지만 지역별 소규모 사업에 머물렀을 뿐,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대량 공급 시장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민간 시장에서도 모듈러 적용은 샘플하우스나 커뮤니티시설 등 일부 시설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주거동 전체를 모듈러 방식으로 공급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고, 대부분 철근콘크리트(RC) 공법과 병행하는 부분 적용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형 평형 중심의 일반 분양아파트까지 모듈러가 확산되려면 원가 경쟁력 확보와 표준화, 연속적인 발주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국내 모듈러 시장이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연속 발주'의 부재를 꼽는다. 대부분의 사업이 공공 실증이나 연구개발(R&D), 특수시설 공급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듈러는 공장 설비와 생산라인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발주가 뒷받침돼야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현재 시장 구조로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높은 초기 공사비도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공장 제작과 운송, 현장 조립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생산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제조 단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결국 발주 물량 부족이 원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민간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모듈러는 기술 검증 단계는 상당 부분 마쳤지만 아직 시장을 이끌 만큼의 연속적인 발주 구조는 형성되지 않았다"며 "공공 실증사업이 민간 분양시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산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