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재영솔루텍(049630) 전환사채(CB)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원금 회수를 넘어 200억원대 매각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수익률만 보면 성공적인 엑시트다. 다만 회수 직후 재영솔루텍 주가가 로봇 테마와 실적 개선 기대감을 타고 급등하면서 매도 시점을 둘러싼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FI 물량 해소가 오히려 주가 상승의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제이앤PE)와 신한캐피탈, 무림캐피탈 등이 공동으로 결성한 '제이앤 무림 제이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재영솔루텍 CB 투자를 통해 원금을 제외하고도 약 200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수익률로만 따져도 90%를 상회하는 성적표다.
앞서 '제이앤 무림 제이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지난 2021년 재영솔루텍 제12회 전환사채 220억원을 인수했다. 해당 CB는 국내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로, 표면이자율은 연 2%, 만기이자율은 연 4%였다.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945원으로 설정됐고, 전환에 따라 발행될 수 있는 주식 수는 2328만423주였다. 이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 대비 31.69%에 달하는 규모로, 오버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재영솔루텍 본사 (사진=재영솔루텍)
220억 CB로 200억대 차익…전환가 662원에 회수
회수는 지난해 본격화됐다. 재영솔루텍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12회 CB는 2025년 3월14일 453만1722주, 8월14일 861만271주, 10월24일 755만2870주, 11월12일 755만2870주가 각각 보통주로 전환됐다. 전환가액은 모두 662원이다. 사실상 투자한 CB 물량을 전부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물량을 대부분 정리한 이후, 재영솔루텍의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 3000원 안팎의 주가는 올해 초 로봇 테마와 결합하며 전고점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0월 5000원을 돌파한 주가는 11월 1만원을 넘겼고, 올해 1월엔 종가 기준 3만6000원으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단순 수익률만 놓고 보면 성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10월 대량보유보고서 기준 '제이앤 무림 제이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보유 주식은 1915만2560주에서 1510만5740주로 줄었다. 10월22일과 23일 양일간 404만6820주를 장내 매도했으며, 매도단가는 각각 923원, 1008원이었다.
이후 11월에도 대규모 매도가 이어졌다. 11월12일 전환권 행사를 통해 755만2870주를 취득한 뒤,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 654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도단가는 1684원에서 1934원 수준이었다. 그 결과 12월1일 기준 보유 주식은 101만2870주, 지분율 0.87%로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재영솔루텍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기 전 대부분의 보유 물량을 정리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2021년 투자 이후 장기간 보유해온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유동성이 형성된 구간에서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급등·주식병합 후 재평가…아쉬운 매도 타이밍
최근 재영솔루텍의 주가 재평가 구간과 비교하면 아쉬움도 남는다. 재영솔루텍은 올해 2월 5대 1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병합을 완료한 이후 발행주식 총수는 1억1689만7560주에서 2337만9512주로 줄었다. 주식병합 효과를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 무림캐피탈 측 잔여 보유분 101만2870주는 병합 후 약 20만2574주에 해당한다. 주식 수는 5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주가는 그보다 앞선 올해 1월 중 3만원대를 돌파하면서 수십배 이상의 차익 실현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실적 개선세도 주가 재평가 배경이 됐다. 재영솔루텍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81억원, 영업이익 91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562%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07억원의 85%가량을 달성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고사양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손떨림 방지(OIS) 액추에이터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급증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모델 공급 확대와 AI폰 경쟁 심화에 따른 부품 사양 상향이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폭발했다. 최근에는 카메라 정밀 구동 기술을 로봇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며 '로봇 테마주'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일각에선 '제이앤 무림 제이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대규모 매도가 주가 상승의 트리거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질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던 200억원 규모의 오버행 부담이 사라지자, 가벼워진 수급 환경에서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강력하게 유입됐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을 치워주고 정작 그 수혜는 지켜만 봐야 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무림캐피탈과 재영솔루텍 측으로부터는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 증권사 IB 담당은 <IB토마토>에 "FI 입장에서는 목표 수익률 달성 시 조기 수익 확정이 원칙"이라면서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강력한 신사업 모멘텀이 형성되는 시점에 전량 매도를 택한 것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아쉬운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