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금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지만…RCPS로 3천억 보충'아이온' 등 AI 반도체 출시 후 빠르게 시장 안착'리벨100' 앞세워 2027년 상장 정조준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3000억원대 현금 실탄을 채웠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음에도
SK텔레콤(017670) 등 대형 고객사와 정부 지원을 통해 넉넉한 유동성을 확보한 덕이다. 리벨리온은 풍부한 현금 실탄을 바탕으로 차세대 칩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며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리벨리온 홍보 페이지 (사진=리벨리온)
장부상 '자본잠식'...현금 곳간은 '넉넉'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지난해 자본 총계가 2373억원 마이너스 전환되며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 결손금이 약 6000억원에 달하며 자본 총계는 지난해(-441억원)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320억원으로 전년(103억원)보다 3배 가까이 뛰었지만, 영업손실이 1205억원으로 확대되며 결손금 규모를 키웠다.
이는 판매관리비 1365억원에서 87.8%를 차지하는 경상 연구개발비(R&D)가 늘어난 여파가 컸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198억원으로 전년(817억원) 대비 46.6% 증가했다. 올해 양산 예정인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칩 ‘리벨 100’ 개발을 하반기에 마무리하며 불가피하게 개발비가 늘었다.
다만 재무 수치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리벨리온의 자본 잠식은 일반 기업들의 재무 위기하곤 양상이 조금 다르다. 유동 부채 9122억원 중 파생상품부채가 7672억원으로 전체 8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RCPS(상환전환우선주)의 가치가 평가 손실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RCPS란 일정 조건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동시에 가지는 우선주다. 스타트업 등 성장 초기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 회수 전략이 필요한 투자자를 유치하려 RCPS 발행을 택한다. 리벨리온도 지난해 3545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며 전년(862억원)보다 4배 이상 늘렸다. 8월부터 11월까지 총 8차례 발행했으며 전환 기간 종료일은 2035년이다. 종료일 전까지 상시 전환 가능하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4년부터 IPO를 준비하면서 회계기준을 K-GAAP에서 K-IFR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RCPS는 부채로 전환되었고 총 부채 규모는 5062억원에서 9220억원으로 82.1% 불어났다. 총 자산 증가율(48.1%)보다 빠르다. 다만 상장 이후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기존 부채는 자본으로 상계된다. 이 경우 현재의 자본잠식은 상장 전 기우에 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가치가 오르면 RCPS의 전환권에 대한 부채 평가액도 늘어난다. 전환권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발행해 줄 잠재적인 주식 가치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자에게 돌려줄 전환권 가치도 오른다. 다만 실제 현금 유출은 없는 장부상 손실이다.
리벨리온은 창립 이후 AI 반도체 '아이온(ION)',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지난해 말엔
SK텔레콤(017670)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과 합병하며 기업 가치 1조원을 돌파해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3월에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단계에서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 기업 1호'로 선정됐다. 그 덕분에 정책 자금과 민간 자금을 더해 총 6400억원이 투입됐다. 이 기간 몸값도 3조4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보통 스타트업은 현금흐름 창출력이 약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나 리벨리온은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여러 투자처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현금 곳간이 넉넉해졌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56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단기금융상품 2304억원까지 더하면 3000억원 이상의 현금 실탄을 채웠다. 리벨리온처럼 사업 초기 단계이고 내년 IPO를 준비하는 AI 반도체 유니콘 퓨리오사AI의 현금성 자산이 동기간 53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유동비율 역시 파생상품부채 제외하면 270%대로 매우 건전하다.
대형 고객사·정부보조금 뒷배 든든...올해 '리벨100' 양산 집중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의 투자와 정부 지원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두고 있다. SK텔레콤이 AI를 자사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면서 지난 2024년 4720만원에 불과하던 리벨리온과의 매출 거래 내역은 지난해 말 12억원 규모로 훌쩍 뛰었다. 반면 리벨리온의 시리즈A 단계와 B단계에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며 주요 거래 기업이었던
KT(030200)와 KT에스테이트, KT클라우드는 지난해 별도 매출 거래가 잡히지 않았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객사에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건 매출에 잡힌다. KT 계열사들은 유통망을 끼고 고객에게 공급되기 때문에 매출 기록에 남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수령한 넉넉한 보조금은 내용 연수에 따른 자산 감가상각비를 차감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성 감소를 방어했다. AI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리벨리온은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전년(4924만원)보다 크게 늘린 8억8696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따라 연구장비를 확대하며 취득 원가는 303억원에서 428억원으로 늘었지만, 정부 보조금이 해당 자산의 감가상각비를 낮추는 완충 작용을 하여 비용 부담을 덜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함에 따라 리벨리온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기대가 나온다. 리벨리온은 오는 2027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외연 확장에 속도 내고 있다. 국내 상장 후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일본, 사우디에 이어 미국 법인 설립까지 마쳤다. SK텔레콤과 KT 등 대형 고객사 외에도 거래처를 다변화한 만큼 '리벨100' 공급량 확대를 통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R&D 투자와 올해 본격화되는 리벨 제품의 양산 및 판매 확대를 위한 운영 비용으로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과 더불어 회사의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