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지난달 해외주식 양도세 감면 'RIA계좌' 도입우주·AI 테마 상품 봇물…삼성·미래에셋·KB 등 마케팅 경쟁미국 쏠림 심화에 분산 효과 제한…정책-시장 괴리 지속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 계좌를 도입했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오히려 해외 투자 상품 확대와 마케팅 경쟁에 집중하며 정책 기조와 엇갈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서학개미들의 국장 복귀를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인 RIA계좌를 도입했다. RIA는 서학개미가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1년간 국내주식 등에 재투자하거나 원화로 보유할 경우, 매도 시점에 따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세제 혜택 계좌다.
2025년 12월23일 기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RIA로 입고시킨 후, RIA 내에서 매도할 경우 최대 100%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7월 말까지 매도 시 양도소득세의 80%를, 연말까지는 50%를 감면받게 된다. 비과세 한도는 매도금액 기준 1인당 5000만원이며, 제도 적용 기한은 2026년 12월31일까지다.
운용사, 정책 기조 역행…해외 ETF 출시 봇물
이 같은 정책에도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 상품 확대와 마케팅 경쟁 과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수는 1096개로, 전년(972개) 대비 124개 늘었다. 이 중 해외 펀드는 440개에서 514개로 74개 불어난 반면, 국내 펀드는 532개에서 582개로 50개 느는 데 그쳐 증가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운용사별 해외 ETF 수는 삼성자산운용 116개, 미래에셋자산운용 107개, 한국투자신탁운용 70개, KB자산운용 64개 등으로 집계됐다.
ETF 상품 특성상 출시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책 도입 이전부터 이어진 당국의 국내 복귀 유도 정책과 시장 흐름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는 미국 우주 및 항공테크 대표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로켓랩, 조비 에비에이션, GE 에어로스페이스 등을 편입했다.
출시 이후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해 상장 4주만에 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다만 금융당국은 해당 ETF의 마케팅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허위·과장 광고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KODEX 미국우주항공 ETF'를 출시해 편입 종목으로는 로켓랩, AST스페이스모바일, 인튜이티브머신즈, 에코스타 등을 주요 중목으로 담았다.
KB자산운용도 지난 7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투자하는 'RISE 미국 AI 전력인프라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주요 투자 종목은 블룸에너지, 루멘텀, GE 버노바, 이튼 등이다.
이달 14일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를 나란히 선보였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는 비교지수 대비 초과성과를 목표로 하는 액티브 ETF로, 우주 기반 테크 기업에 투자한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지난 21일 'SOL 미국우주항공TOP10 ETF'를 내걸며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단일시장 의존 94%…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착시'
이처럼 해외 투자 상품이 빠르게 확대되는 배경에는 미국 시장 중심의 투자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한국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560억달러로, 이 중 미국 비중이 94%에 달한다. 최근 해외 투자 구조가 사실상 미국 단일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겉으로는 해외투자 참여자가 국내 투자자에 비해 투자 지역이 다양해 보이지만, 실제 보유 비중은 미국 등 소수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내 시장 리스크를 해외로 분산하기보다는, 특정 국가의 거시경제·금융환경 변화나 통화·금리 정책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표면적으로는 해외시장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중심 단일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해외시장 투자자의 성과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 쏠림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가 지적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ETF 중심으로 상품 출시와 마케팅 경쟁을 강화하면서 당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 간 간극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정책 기조와 엇갈린 과도한 해외 투자 경쟁은 시장 왜곡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개별 운용사만 마케팅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업계 전반의 공통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