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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지주택 규제 '직격탄'…포스코발 플랜트도 '역부족'
포항·광양 등 포스코 플랜트만 수주…확장 제한적
지주택 규제에 플랜트 안정적이지만 매출 영향 미미
포스코 공채 2기 출신 김봉관 회장 인맥 영향 평가
공개 2025-12-17 16:58:12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6: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정부의 지역주택조합 규제 강화로 이를 본업으로 삼아온 서희건설(035890)은 당분간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플랜트 부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부문 공사는 모두 포스코(005490) 계열사로부터 발주 받은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제 매출 인식의 기초가 되는 누적공사수익을 보면 해당 플랜트 부문 비중은 전체의 10% 안팎에 그쳐, 회사 전체 실적을 떠받칠 재무 방파제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제철소 인근 플랜트 공사 현장(사진=네이버 로드뷰)
 
착공 현장 지주택 외 전부 포스코 물량…안정적 매출
 
16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이 착공한 공사 현장(2021년 이후 기준) 약 40여 곳 가운데, 지주택을 제외한 플랜트 부문 사업장은 20곳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장의 설계·감리·건축은 모두 포스코 계열사가 전담하고 있으며, 포스코·포스코홀딩스·포스코이앤씨·포스코에이앤씨·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이 발주·관리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다. 시공은 서희건설이 맡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 위치한 사업장은 경기도 양주·평택·용인 등을 중심으로 공공주택이나 지주택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포스코발 플랜트 사업장은 경북 포항(9곳)과 전남 광양(11곳)에 집중돼 있다. 포항시 남구 동촌동 일대에서는 공장 및 부대 업무시설 공사가 진행됐으며, 같은 남구 괴동동 일대에서도 공장·창고시설 위주의 플랜트 공사가 이뤄졌다. 이들 사업장에는 원자재 및 완제품 보관을 위한 물류 성격의 시설도 포함돼 있다. 전남 광양시 금호동 일대 역시 주요 플랜트 수행 지역이다. 광양 제철소 인근에서 공장과 업무시설, 창고시설 공사가 다수 진행되고 있으며, 제철소 운영을 지원하는 산업·업무 복합 시설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과 광양 모두 포스코 제철소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서희건설의 플랜트 사업이 특정 지역과 발주처에 집중돼 온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주택 사업 위축으로 당분간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희건설의 현금창출력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5억원 유입에 그쳐, 지난해 말까지 누적됐던 2427억원의 현금 유입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는 지주택 분양대금 유입에 기반했던 기존 현금창출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발 플랜트 공사는 공정에 맞춰 대금 회수가 이뤄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현금 흐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플랜트 물량이 주택사업 공백을 대체하기 보다는, 실적 하락을 완화하는 '버팀목' 성격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수치로 보더라도 플랜트 부문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올해 3분기 기준 서희건설의 건설계약 기준 누적공사수익(공사진행률 적용액)은 3조 8563억원으로, 이 가운데 플랜트 공사에서 인식된 누적공사수익은 3655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누적공사수익의 10% 안팎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누적공사수익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실제로 인식된 매출을 누계한 회계 계정으로, 현재까지 수행된 사업 규모를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더라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누적공사수익은 4조 5294억원이었으며, 플랜트 부문은 3654억원으로 전체의 8%대에 머물렀다. 반면 지주택이 주력인 건축 부문은 올해 분기말 기준 누적공사수익이 3조 1326억원으로, 전체 누적공사수익 3조 8827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
 
플랜트 부문의 계약자산은 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사를 진행하며 인식한 매출 가운데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거의 없다는 의미로, 공정에 맞춰 대금 청구와 정산이 이뤄지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20년간 포스코 발주 일감 주축…"안정성 있지만 확장 안 해"
 
서희건설의 플랜트 사업은 20년 넘게 포스코를 축으로 유지돼 왔다. 서희건설은 1990년대 중반 건설업으로 전환한 이후 포항·광양제철소 토건 정비공사를 도맡으며 포스코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고, 이 관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6년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차 미분탄취입설비(PCI) 공사에서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이 아닌 외부 건설사로는 서희건설이 처음으로 주계약자로 선정되며 상징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포스코가 자회사 대신 서희건설에 직접 발주한 첫 설비공사 사례이며,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 외부에 맡긴 플랜트 공사로도 기록된다. 이 같은 협업의 배경에는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포스코 출신 이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회장은 포항종합제철 공채 2기 출신으로, 포스코 재직 시절 토건·운송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포스코를 벗어난 플랜트 수주 확장은 제한적이었다. 서희건설은 당진화력, 여수화력, 고성하이화력 등 발전 플랜트에도 참여했지만, 대부분 대형 건설사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의 일부로 지분 5~10% 수준을 맡는 형태였다. 독자적인 민간 플랜트 발주처를 개척하기보다는 보조적으로 참여해온 셈이다. 
 
서희건설이 포스코 외 플랜트 발주처를 크게 넓히지 못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형 플랜트를 단독 수행할 만큼의 기술·인력 기반이 두텁지 않아 민간 플랜트 발주처로의 확장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2010년대 이후 수익성이 높은 지주택 사업에 집중해 온 탓에, 수익률이 낮고 사업 기간이 긴 플랜트 분야를 공격적으로 개척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실제 서희건설은 지주택을 주력으로 삼으며 영업이익률 10~15%를 기록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포스코 역시 서희건설을 '대체 시공사' 이상의 역할로 확장시키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넥스 설비공사 이후 대형 신규 설비 투자는 다시 포스코이앤씨 중심으로 회귀했고, 서희건설에는 주로 제철소 내 정비·보수 및 부대시설 공사 물량들만 배정돼 왔다는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플랜트 수주 구조가 포스코 제철소 현장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장은 모두 포스코 제철소 내부 또는 인접 부지에서 이뤄지는 공사로, 현장 특성상 설계·감리·발주 주체가 포스코 계열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며 "초기 성장 과정에서 포스코 현장 정비·시설 공사를 수행해온 이력이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랜트 부문에서 포스코 외 별도의 신규 발주 계획은 현재로서는 파악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 등 일부 발전 플랜트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포항·광양 제철소 인근 사업장이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플랜트 물량"이라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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