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여전채)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해당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난달 이후 시장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영향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연말 북클로징(Book Closing)으로 기관투자자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스프레드 축소를 이끌었던 레포펀드 수혜가 불안정해진 이유가 있다. 여전채 수급에 공백 우려까지 언급된다.
10월 말 급격히 '약세' 전환…지속적 추세 전망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여전채 AA-급 3년물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 기준 40bp(1bp=0.01%p)다. 크레딧 스프레드란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여전채) 금리의 격차를 말한다. 지난달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2%였는데, 여기에 40bp를 더하면 여전채 금리는 3.12% 정도에서 형성됐다는 의미다.
AA-급 스프레드는 전달인 9월 대비 1.9bp 하락했다. 앞서 9월에는 8월 대비 5.7bp 떨어진 바 있다. 지난달에는 하락 폭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여전채 수급 흐름이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된 영향이다. 그동안 여전채는 강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강세란 수급 측면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활발, 여전사 발행인 공급보다 강한 환경을 뜻한다. 수요가 높아 채권 금리를 낮출 수 있었던 만큼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됐던 상황이다.
지난달에도 여전채는 전반적으로 강세가 나타났는데, 월말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약세로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강세와 달리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방향이다. 지난달 스프레드 하락 폭이 크게 줄었던 이유다.
하위 그룹도 같은 모양새다. 여전채 A+급 3년물은 지난달 스프레드가 120.5bp로 전달 대비 3.6bp 하락했다. 앞서 9월에는 6.9bp 줄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신용등급이 AA+ 급으로 우수한 카드사 회사채(카드채)도 마찬가지다. 카드채 3년물은 지난달 스프레드가 27.8bp로 전달 대비 1.9bp 떨어졌다. 9월 하락 폭은 5.2bp였다.
여전채 약세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연말 이후까지 지속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달 7일 기준으로는 여전채 3년물 스프레드가 AA-급 2.7bp, A+급 1.3bp 확대됐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 글로벌채권팀 연구원은 “섹터별 스프레드에서는 10월 말 여전채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며 “연말 여전채 약세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없어…기관투자자 수요도 ‘안갯속’
약세 전환 배경으로는 먼저 기준금리 동결이 주요하게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채권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더 이상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떨어지더라도 내년에 한두 차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면 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영, 여전채 발행금리도 내려간다.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고, 기업 신용위험도 기존보다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담긴다. 특히 여전채는 여신전문 특성상 발행금액도 많고 주기도 빈번해 시장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지면, 시장에서는 여전채 조달 환경이나 유동성 수준이 나빠질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게 된다. 리스크 인식이 확대된 만큼 채권 금리를 더 높게 쳐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전채 스프레드는 확대 압박을 받는다.
수급 요인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연말 북클로징 이슈가 있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연말 회계연도 마감 전에 장부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여전채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채에 대한 매수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 투자자산의 현황이나 그동안의 실적 등을 어느 정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포펀드 수급이 불안정해진 영향도 있다. 레포펀드는 특정 채권을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도, 자금을 조달한 뒤 크레딧물에 다시 투자하는 방식이다. 보통 시장금리가 낮을 때 RP로 조달하고 수익률이 높은 곳(여전채)에 투자해 차익을 챙겨간다. 국민건강보험 등 기관의 여전채 투자에서 한 축을 담당한다.
최근 양상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희미해진 가운데, 단기금리까지 상승하면서 RP 조달금리 여건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레포펀드 제시수익률이 낮아지고, 펀드 설정에서도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 업계의 평가다.
여전채 수급에서 레포펀드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여전채 수요 둔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앞서 2023년 말부터 RP 매입 여전채 잔량이 급증했는데, 내년 레포펀드 만기 도래 시에는 여전채 롤오버(차환)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따른다”라면서 “리스크 관리로 레포펀드 설정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여전채 수급에서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