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법인의 파산과 회생을 다루는 도산절차는 생소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기업의 존속이 달린 문제인 만큼 채무자의 빚 정리부터 채권자의 손실까지 실익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실무 전문가들은 회사가 도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황을 오래 끌수록 현실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대표자 개인 역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회사가 어느 정도 현금이 있을 때 세금 문제나 근로자 임금, 퇴직금 등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도산절차와 관련한 제도 변화가 이어지면서 회생 제도의 활용 폭도 넓어졌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 대륜의 김원상 회생파산센터장과 회생·파산 분야의 자문, 절차, 제도 등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대륜)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대륜에서 맡고 있는 업무와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법인 회생과 파산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분야가 생소할 수 있는데 넓게는 구조조정을 의미하고, 좁게는 채무자회생법에 규정된 법인 회생·파산을 뜻한다.
-해당 분야 자문의 특징이 궁금하다. 특별히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도산절차는 채무자의 빚을 어떻게 청산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파산과 회생은 비슷하지만 다른 길인데, 파산은 법인을 소멸하는 과정이고 회생은 살리는 과정이다. 법인을 소멸하는 것은 해산 및 청산 절차와 파산 절차 두 가지가 있다. 법인의 자산이 부채보다 클 때는 해산 및 청산 절차를 통해 주주까지 이익을 받아간다. 반대로 부채가 자산보다 클 때는 모든 채권자들에게 변제를 하고 법인을 소멸시킨다. 법인 회생은 빚을 일부 탕감해주고 잔존 채무를 10년간 갚도록 하면서 법인을 살리는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채권이 소멸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회생과 파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사기죄나 형사 범죄 등에 대한 성립 가능성도 있어서 채권자와의 관계를 잘 설정해 나가면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파산 부문에서 법무법인 역할은 무엇인가. 올바른 파산 절차가 따로 있는지.
△채무자를 대리하는 역할이다.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그 절차에 따라 송무 과정을 진행한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회사는 언제든지 파산을 할 수 있다. 파산을 신청하고자 하는 회사가 매입을 했던 거래처에 대한 빚을 탕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채무자는 유리한데 채권자는 불리하다. 이 과정에서 형사상 사기 등으로 고소 당할 위험이 있어서 사전에 잘 해결하고 관계를 잘 맺고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파산 절차에 들어갈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표자가 회사에서 빼간 돈이다. 국내는 1인주주가 많아 회사가 주주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고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는 일도 많다. 도산절차에 들어온 회사는 당연히 힘든 곳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 또한 모든 채권자들에게 평등하게 변제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편파적인 변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회생 자문은 어떤 성격인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인이 있다면.
△회생은 회계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매출이 잘 나와야 하는데 그래야 비용을 빼고도 남는 잉여 이익이 생기고 이로써 채무의 일부를 갚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채가 100억원이면 30%만 갚고 70%는 출자전환하게 된다. 30억원을 10년간 갚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 1년에 3억원씩이다. 여러 가지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그 이상 나와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중요하다. 다만 회생 절차에 들어온 회사들은 매출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향후 매출처를 어떻게 늘려서 회사를 꾸려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매출이 업다면 지적재산권이나 특허 이런 부분에서의 강점으로 인수 대상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회생절차 안에서도 M&A가 가능하다.
(사진=대륜)
-기업 회생과 파산 최근 흐름을 살펴보자면 어떠한가.
△지난 2023년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기업 회생과 파산 사건 숫자가 상당히 늘었다. 대부분이 향후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이다. 가장 최근인 올 상반기부터는 지난해 말보다 조금 줄었다. 그전에는 대출 연장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고 조건도 까다로웠는데, 이러한 부분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종합적고려법’이 도입됐다. 업계에 미친 영향이나 향후 변화 전망은.
△회생에 들어가면 담보권과 회생채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담보권은 100% 갚아야 한다. 반면 채권은 약 30% 정도를 갚고 나머지 70%는 출자전환이다. 기존에는 상대적지분법으로서 이를 기계적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국내는 1인회사나 가족회사가 많기 때문에 대표자가 보유주식 지분이 줄어 과반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채권자들이 해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경영권을 상실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종합적고려법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는 것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온 대표자들도 경영권 박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회생 절차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을 중심으로 이에 기초한 회생 계획안을 수립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회생법원, 지방법원 파산부에 퍼져나가서 확립되면 많은 회사들이 회생 절차를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특별히 살펴보고 있는 제도적 이슈가 있다면. 쟁점이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서울회생법원에서는 Pre-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제도를 최근에 도입했다. ARS는 조정절차인데, 회생으로 들어간 회사가 절차를 마지막까지 수행하면서 계획을 인가받는 것보다는 채권자들과 원활히 합의해서 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다. 모든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고, 그 계획안을 미리 제출하는 것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통상 7개월~8개월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경우는 2개월~3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 Pre-ARS는 회생 절차에 들어가지 않아도 회생법원의 조정절차를 통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계획안을 만들어 빠르게 회생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생 절차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조정절차를 활용해서 채무자를 보호해주는 것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자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일종의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조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셈이다. Pre-ARS는 낙인 효과를 줄여준다. 부채관리도 쉽지 않으니까 채권자들과 미리 감축할 것은 하고 정리한다면, 회생 절차 들어가서 이뤄지는 조정절차보다는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는 획기적인 제도지만 실무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는 별도의 문제로 보인다. 갑작스런 재정 위험 때문에 회생을 고려한다면 추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대륜에서의 계획은.
△단순히 회생·파산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보다는 구조조정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파트를 운영해보고자 한다. 어려운 회사라고 해서 M&A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 되는 곳도 있다. 채무자가 빚을 탕감하는 정도가 아니라 M&A 수단까지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