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알짜 '모빌리티' 자진 상폐…무지분 이규호 승계 포석일까
모빌리티 소액주주 지분 21.62% 전량 흡수
수입차 중심 안정적 판매로 올해 실적 개선
주요 사업 직접 관리로 후계자 입지 발판 마련
공개 2025-08-1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1일 16: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코오롱그룹이 자동차 유통 계열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450140)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며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 지주사 ㈜코오롱(002020)을 통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지분이 전무한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맞물린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핵심 계열사를 비상장 체계로 전환해 직접 관리 기반을 확보하려는 구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의사결정은 코오롱의 지배구조 재편과 후계 구도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코오롱)
 
수익성 회복한 코오롱모빌리티…상장폐지 후 모회사 코오롱에 완전 흡수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자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의했다. 주식교환 비율은 보통주 1대 0.0611643, 우선주 1대 0.1808249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산정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코오롱은 모빌리티그룹 지분 72.39%(신고서 제출일 기준)를 보유 중이며, 이번 주식교환과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 지분 21.62%를 전량 흡수해 오는 12월 주식교환 완료와 함께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9월 중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실코오롱은 오는 12월17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코오롱모빌리티 주주에게 코오롱 주식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완전 지배 체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3년 코오롱글로벌(003070)로부터 인적분할돼 재상장된 자동차 유통 전문 계열사다. BMW, MINI, 볼보 등 프리미엄 수입차 판매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프 딜러 사업 철수와 함께 신사업 및 자체 브랜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번 상장폐지는 이러한 전략 전환을 보다 유연하고 기민하게 수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적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 176억원으로 전년대비 57.07% 줄고 순손실 125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은 5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수입차 중심의 안정적인 판매 구조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모회사인 코오롱은 같은 기간 매출 1조4481억원, 영업이익 3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5%와 63.37% 증가했지만, 주요 자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대손충당금 반영으로 2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완전 자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사업 효율성과 기동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선제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호 부회장, 지분 없이 핵심 사업 개편 진두지휘…존재감 각인
 
시장에서는 이번 코오롱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간 주식 교환 결정이 이규호 부회장의 입지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그룹 핵심 상장사 4곳의 사내이사에 모두 선임되며 이사회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이규호 부회장은 지주사인 코오롱을 포함한 계열사 내 지분이 단 1주도 없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승계자로 꼽힌다.
 
이웅렬 명예회장이 실적을 승계 기준의 제1원칙으로 제시한 만큼, 이규호 부회장 역시 그룹 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주요 사업 구조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3년 건설 계열사 합병과 지난해 복합소재사업 통합을 추진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킨데 이어 이번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완전자회사 전환 역시 이 부회장이 전면에서 진두지휘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확보된 사업을 직접 관리하는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규호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겸직하고 있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고정 고객 기반과 프리미엄 수입차 중심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그룹 내 핵심 현금창출 사업으로 꼽힌다. 또한 비상장사로 전환될 경우 공시와 외부 규제 부담에서 벗어나 보다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폐지 결정은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 강화를 위한 실질적 포석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배구조가 (무지분으로)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결국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