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건강보험 판매 실적이 경쟁사 대비 떨어지고 있다. 해당 상품군 매출에서 밀리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가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내실 중심의 전략을 취한 영향이다. 보험계약마진(CSM) 환산 배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궁극적 목표인 장기보험 손익 개선을 위해서는 보험금 예실차 변동성 완화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
장기인보험 GA 채널 실적, 경쟁 보험사 대비 부진
29일 금융투자·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 GA 채널에서의 장기인보험 판매 실적(신계약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이 263억원이다. 1분기가 143억원, 2분기가 120억원으로 확인된다.
GA는 보험 설계사가 상품을 대면으로 판매하는 주요 영업 채널 중 하나며, 장기인보험은 장기보험 가운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뜻한다. 장기인보험에는 암보험부터 간병보험, 실손의료보험, 어린이보험, 종합보험 등이 담긴다. 크게 질병보험과 상해보험으로 구분되는 건강보험과 통상 같은 의미로 쓰인다.
현대해상의 상반기 실적은 경쟁사 대비 부진했던 것으로 나온다. 상위권 손해보험사이자 비교 기업 성적은 ▲
삼성화재(000810) 458억원 ▲
DB손해보험(005830) 427억원 ▲KB손해보험 405억원 ▲메리츠화재 313억원 등이다.
전체 손해보험사 실적(2411억원)에서 각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화재 19.0% ▲DB손해보험 17.7% ▲KB손해보험 16.8% ▲메리츠화재 13.0% ▲현대해상 10.9% 등으로 계산된다.
최근 장기인보험 GA 영업에서는 특히 건강보험 중심의 간편보험과 종합보험 판매비중이 높다. 지난달 기준 각각 44.7%, 28.9% 정도다. 간편보험은 기존 보험 상품에서 가입 절차나 심사 과정 등을 간소화한 것이며, 종합보험은 다양한 담보를 묶어서 세트로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대해상은 2분기 판매 실적 하락 폭이 다른 경쟁사보다 큰 편이었으며, 시장점유율이 10% 아래(5월 9.7%)로 떨어진 적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건강보험 시장에 대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네 곳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사진=현대해상)
CSM 환산배수 높지만…예실차 개선 여부 ‘관건’
경쟁사 대비 실적은 밀리지만 건강보험의 신계약 CSM 환산배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신계약 영업으로 CSM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장기보험 손익은 전체 CSM에서 매 분기 일정 부분을 상각하는 방식으로 인식된다.
현대해상은 장기인보험 CSM 배수가 올 1분기 15.2배로 전년 동기 11.0배 대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15.3배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최근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배수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장기보험에서 얻어낼 수 있는 손익 효율성도 커진다.
현대해상 장기인보험 CSM 배수는 상반기 기준 DB손해보험보다 살짝 밀리며 2위권에서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1분기까지는 2위를 나타냈으며, 2분기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격적인 외형 확대보다는 신계약 수익성이나 보유계약 관리 강화 등 내실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신계약 CSM 배수 개선이 그 성과”라고 말했다.
CSM 환산 배수가 높게 나오지만 이에 비례한 수준의 보험손익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기보험 손익은 CSM 상각액에 위험조정(RA) 변동, 예실차,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등을 반영하는데, 현대해상의 경우 그동안 예실차 부문에서 마이너스(-) 금액이 크게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앞서 1분기의 경우 CSM 상각액이 2342억원이었지만 보험금 예실차가 –1048억원 발생하면서 장기보험 손익이 1143억원으로 깎인 바 있다. 장기보험 손익은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전체 보험손익에서 83%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보험금 예실차는 현대해상이 예상한 손해액보다 실제 발생한 손해액이 더 큰 경우 불어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영향이 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실 강화 전략이 장기보험 손익이라는 큰 틀에서 빛을 보려면 결국 예실차 문제도 완화돼야 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대해상은 실손의료보험이나 어린이보험과 같이 계절을 타는 보험 상품 비중이 높고, 특히 호흡기 질환 때문에 1분기에 보험금 예실차 마이너스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실손의료보험 중에서도 손해율이 안 좋은 2세대~3세대가 많은 편이고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실차에서 예상 손해액은 보험사가 임의로 정한다기보다는 누적된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전년도나 이전 상황을 보고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만 계리적 가정 조정 등 영향으로 올해나 내년까지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항목에서 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