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삼킨 제약사)③성장동력 삼는다더니…인수 뒤 '손절'
CG인바이츠, 신약 상업화 집중에도 아셀렉스 성과 지연
아미코젠, 유동성 관리 실패에 적자 지속 자회사 매각
사업 영역 달라 인수 전 단계부터 충분한 검토 필요
공개 2025-07-3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9일 17:4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전통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 강화나 신사업 확장 수단으로 인수되던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는 M&A 시장의 새로운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바이오 기업은 물론, 역으로 제약사를 품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IB토마토>는 바이오 기업들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M&A를 택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고 과거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성공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약사나 다른 바이오 기업을 인수했으나, 도로 매각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상업화 단계를 염두에 두고 의약품 제조 인프라를 고려해 제약사를 인수했지만 정작 새로운 신약 개발 성과 도출 지연으로 매각한 사례, 피인수기업의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매각한 사례 등이다. 이렇다 할 시너지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피인수기업을 정리해 무의미한 자회사 투자의 고리를 끊어내는 모습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영위 사업이 달랐던 만큼 인수 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철저히 점검했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CG인바이츠, 신약개발 역량 집중 위해 화일약품 지분 처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G인바이츠(083790)(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13년 8월13일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 원료의약품 생산 전문 제약사 화일약품(061250) 보통주 312만1371주를 468억원에 인수, 지분율 21.66%를 확보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관절염 진통소염제와 슈퍼박테리아 박멸 항생제(ENR 저해제), 분자표적항암제 등 신약 개발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었던 만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신약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화일약품은 보유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원료의약품은 물론, 개발 예정인 완제의약품의 생산에서 판매까지 맡는다는 복안이었다. 즉, 신약 개발 이후의 상업화 단계까지 염두에 둔 중장기 성장 전략이었던 셈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 인수 이후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도출해냈다. 회사는 201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22호 신약으로 관절염 진통소염제 '아셀렉스'를 허가 받았고, 같은 해 7월 동아에스티(170900)와 국내 판권계약을 맺고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 중심으로 처방을 시작했다.
 
2015년 발생한 아셀렉스의 매출은 25억원으로 전체 매출 98억원 대비 25.51% 수준으로 출발했다. 이듬해에는 36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으나 연간실적은 등락을 거듭하다 2022년 4억원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9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처럼 연구개발(R&D) 첫 성과물인 아셀렉스가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후속 성과 도출도 지연됐다. 2024년 말 기준 연구개발 완료 실적은 아셀렉스의 캡슐형과 정제형 두 개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계획대로 화일약품의 인프라나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회사는 순차적으로 화일약품 보유주식 처분에 나서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보유 주식의 절반 가량에 달하는 300만주를 324억원에 처분했고 지분비율은 15.55%로 감소하면서 실질지배력을 상실, 화일약품은 연결대상회사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신약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임상개발 투자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처분 목적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경영진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6월에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 주식회사로 변경됐는데 새 주인 아래에서 CG인바이츠로 사명까지 변경한 회사는 유전체 기반 항암 백신과 디지털 치료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체질 개선을 천명했다. 끝내 비핵심 자산 매각 차원에서 화일약품의 완전 정리 수순에 돌입했고, 최대주주 변경 1년 만에 보유하고 있던 화일약품 전환사채(CB)와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결국 본업인 신약개발에서 부진하며,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로 발현되지 못한 사례다.
 
 
 
아미코젠, 신사업 위해 인수한 비피도 매각…유동성 확보
 
피인수기업의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가 맞물리며 지분 매각 수순을 밟은 사례도 있다. 아미코젠은 지난 2021년 601억원을 들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비피도 주식 245만4000주를 인수해 지분율 30%를 확보했다. 당시 사측은 양수 목적으로 신규사업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 및 수익 다변화를 명시했으며,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사업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는 시너지가 아닌 독이 되어 돌아왔다. 관계기업투자 손상평가 결과 지속적으로 하락한 장부가액이 이를 반증한다. 인수 직후 2021년 9월 기준 비피도의 장부가액은 취득원가와 동일한 601억원이었으나, 지분법 손실 및 손상차손이 반영되며 그해 말 511억원으로 줄었으며, 2022년 313억원, 2023년 204억원을 거쳐 지난해 반기 말 154억원까지 떨어졌다.
 
관계기업투자 손상평가에서는 현금흐름 추정치에 기반한 사용가치 계산에 근거해 현금흐름창출단위의 회수가능액을 평가하는 만큼 이 같은 장부가액의 하락은 비피도의 실적 개선이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피도는 아미코젠에 인수된 이후 2022년 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듬해 다시 적자전환했고 점차 적자 폭을 키워나갔다.
 
여기에 더해 유동성 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 직후 2021년 말 기준 77.06%로 100%를 하회하던 아미코젠의 유동비율은 매각을 결정한 직전 시점인 지난해 반기보고서 기준 85.75%로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유동성 악화엔 비피도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던 500억원 규모의 1회차 전환사채(CB)가 2023년 전량 조기상환청구(풋옵션)된 영향도 크다.
 
특히 같은 기간 보유 현금성 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425억원에서 235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지난해 6월 말 기준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는 단기차입금만 608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사채가 172억원, 유동성장기부채가 115억원 등이었다.
 
끝내 아미코젠은 지난해 8월 비주력 사업 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명목하에 비피도 보통주 245만4000주를 150억원에 매각했다. 즉, 지분 취득 원가 대비 450억원 가량 손실을 보며 비피도 인수는 실패로 막을 내린 셈이다.
 
결국 두 차례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자회사들은 정리 수순을 밟은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자회사를 정리해 무의미한 투자를 끊어낸 것은 합리적 결정이지만, 인수 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시너지로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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