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엔비디아 대항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독자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하반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진입이 유력한 가운데, 당초 계획했던 상장 대신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AI 반도체 ‘레니게이드’ 개발을 가속화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가 최근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데는 재무적 투자자(FI)의 설득이 주효했다. 퓨리오사AI가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잠재력을 인정받자, 섣불리 매각하기보다 독자 성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 뒤 기업공개(IPO) 추진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이다.
퓨리오사AI가 개발한 '레니게이드' (사진=퓨리오사AI 제공)
메타 인수협상 결렬 이후 지분 수요 폭증
퓨리오사AI는 지금까지 총 1670억원의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창업 첫 해 DSC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2년 뒤인 2019년에는 DSC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네이버D2SF, 퀀텀벤처스코리아.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슈미트 등에서 80억원을 조달했다.
2021년에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새로 합류했고 DSC인베스트먼트, 네이버D2SF, 퀀텀벤처스코리아 등 기존 투자자들은 후속투자를 이어갔다. 2023년 완료된 시리즈C 후속 투자에선 교보생명보험, 게임체인저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68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올 초에는 DSC인베스트먼트가 30억원, 크릿벤처스가 20억원을 투자했다. 몸값이 1조원으로 거론되는 만큼 초기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수백배의 멀티플을 기대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4월 IPO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037620)과
NH투자증권(005940)을 선정하면서 올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메타와의 인수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분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장계획을 보류하고,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IPO 대어였던
LG씨엔에스(064400)와
서울보증보험(031210)의 수요예측이 부진했고, 2분기에도 달바글로벌,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 코스피 상장 도전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몸값을 낮추자 장외에서 몸값을 키운 뒤 상장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 심리가 연초보다 회복되고 있지만, 대형 종목의 훈풍이 이어진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기술개발 등 내실을 먼저 쌓고 공모에 나서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리즈D로 ‘레니게이드’ 성장 가속
퓨리오사AI는 하반기 약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이는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의 개발과 양산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최근 독자 칩 개발 프로젝트에 나선 퓨리오사AI는 올 하반기 약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라운드 투자 유치를 통해 독자 칩인 '레니게이드' 시리즈 개발·양산에 집중할 전망이다.
레니게이드는 엔비디아 H100 다음 단계의 최상위 추론용 AI 칩으로 꼽히는 L40S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지만, 전력 소모량이 L40S와 비교해 2배 이상 효율적이다. 최근 퓨리오사AI는 LG AI연구원, 사우디 아람코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레니게이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AI는 현재 700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비롯해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퀀텀벤처스, 유진투자증권 등도 투자에 나설 것이란 추측이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투자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라운드에서 퓨리오사AI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8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지만 투자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1조원 돌파는 시간문제일 것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퓨리오사AI는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백 대표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AI가속기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AI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공급자 우위 현상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퓨리오사AI가 엔비디아의 사실상 독점을 깨고 시장에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가속기는 AI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인공 신경망, 딥러닝, 머신러닝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
퓨리오사AI에 투자한 주요 주주는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 금액이 크지 않아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았다"며 "무리한 상장으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레니게이드 양산에도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