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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미·중 조직 직속 편제…'캐즘 돌파' 구광모가 나선다
해외 법인·JV, 북미·중국 조직으로 재편
CEO 직속 체계 전환…이혁재·최지웅 전담 지휘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 대응 주목
공개 2025-04-08 11:20:0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1: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글로벌 핵심 시장인 북미와 중국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체제로 전면 개편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공급망 불안, 미국 대선발 정책 불확실성 등 복합 리스크가 겹치는 가운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며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배터리 사업 재도약을 위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위기 돌파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김 사장은 사실상 '전장의 지휘관'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북미·중국 조직 통합…'속도'와 '정밀함' 잡는다
 
8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해외 법인과 합작법인(JV) 단위로 분산됐던 글로벌 조직을 북미그룹지역과 중국지역그룹으로 각각 통합하고 이들을 CEO 직속 체제로 편입했다. 2차전지 산업이 캐즘 국면에 진입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복잡하게 분산돼 있던 조직을 일원화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효율적 관리체계를 갖추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북미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인 이혁재 부사장이 이끈다. 이 부사장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MBA를 마쳤으며 SK이노베이션(096770) 북미 마케팅 담당 등을 거쳐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에 합류했다. 지난해 일본 완성차 기업 혼다와의 합작법인(JV)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지역그룹장은 최지웅 상무가 발탁됐다. 1979년생인 최 상무는 올해 신규 선임된 인물로, LG화학(051910) 전지사업본부 시절부터 유럽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과 팩 구매 업무를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을 인정받으며 중국 사업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와 중국 내 다수 법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했다"라며 "관리·구매 등 공통 기능을 한 조직으로 통합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3월25일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구광모의 '골든타임' 주문…북미 현장, 김동명이 챙긴다
 
이번 조직 개편은 LG에너지솔루션 내부뿐 아니라 LG그룹 전체 차원에서의 위기 대응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지금이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정책의 유동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 등 북미 지역의 정치·경제 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도 조직과 리더십을 전면 재정비하고, 김동명 사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리스크 컨트롤 타워'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 것이다.
 
실제 북미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시장이다.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2공장을 비롯해, 3공장, 애리조나 단독 공장, 캐나다 스텔란티스, 혼다·현대차(005380) 등과의 JV까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 등 전기차 외 사업 영역까지 확장하는 중이다.
 
다만, 북미 시장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주요 고객인 GM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보조금 정책의 변동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변수 등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실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투자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7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3.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37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의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IRA 보조금을 제외하면 8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안희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GM의 주요 전기차 모델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어 보조금 제한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캐나다 스텔란티스, 미국 혼다 JV의 가동도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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