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씨현, 오너 2세 체제로 전환…승계 리스크는 없을까
2019년부터 승계 작업…비상장 계열사 활용 가능성
제이씨현 "공식적 입장 없어"…신사업으로 활로 모색
공개 2025-04-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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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코스닥 상장사 제이씨현시스템(033320)이 각자대표에서 차정헌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며 2세대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차현배 회장의 동생 차중석 대표가 물러나고, 차 회장의 아들 차정헌이 단독 대표로 나서면서 경영 승계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세대교체와 기업 쇄신의 신호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승계 과정에서의 리스크도 주목하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이씨현시스템은 지난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차정헌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공시했다. 기존 차중석·차정헌 각자 대표 체제에서 차중석 대표가 일신상 이유로 사임하며 이뤄졌다. 
 
지분 구조는 차현배 회장이 31.86%로 최대주주며, 차중석 전 대표 8.16%, 차 회장 배우자 장혜숙 4.77%, 차정헌 대표 0.48%를 보유하고 있다.
 
2세대 경영 본격화…지분 승계 '리스크' 
 
제이씨현시스템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차현배·차중석·차정헌)과 사외이사 1명(김대훈)으로 구성된다. 차중석 전 대표는 8회 연임 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되 사장직을 차정헌 대표에게 넘겼다. 차 대표는 부사장직을 1회 연임한 바 있다.
 
승계 작업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차정헌 대표이사는 지난 2015년 제이씨현시스템에 입사한 이후 2019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첫 선임됐다. 차현배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1선에서 물러나며 차중석 단독 체제로 전환했고, 지난해 3월 차정헌이 각자 대표로 합류했다가 올해 단독 대표로 올라섰다.
 
현재 차정헌 대표 지분은 0.48%로 낮다. 하지만, 가족 지분이 최대 45.27%로 경영권 방어는 충분하다. 당장 지분을 물려줄 상황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계가 차 회장의 지분 증여나 계열사를 통한 간접 매입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점친다. 향후 차 회장이 건강 문제 등으로 지분을 넘길 경우 점진적 증여나 비상장 계열사 활용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제이씨현시스템의 주요 계열사들은 엘림넷(86.21%), 대아리드선(99.52%), 디앤디컴(86.21%), 제이씨현온비즈(94.74%), 제이씨에이치인베스트먼트(26.88%) 등이다. 엘림넷은 디앤디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이씨현온비즈는 2024년 8월 디앤디컴에 흡수합병됐다. 엘림넷, 디앤디컴 등이 지분 매입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를 통한 회사의 지분 매입은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상속세와 증여세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이같은 방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들은 지분 증여와 상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겪기도 한다. 일례로 최근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기업인 DMS(068790)는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게 될 경우 즉시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당시 DMS의 감사인 동성회계법인은 의결 거절 사유로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 박용석 전 대표 개인 회사와의 불투명한 거래를 문제 삼았다. 박 전 대표, 그리고 두 자녀인 박현지씨와 박현서씨가 100% 보유하고 있는 정본메디컬(옛 정본글로벌)과의 거래에 대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상적인 거래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제공하지 못했으며, 해당 거래의 실질·경제적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상폐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제이씨현시스템 측은 이와 관련해 "기존 사업은 캐시카우 형태로 이어가고 신사업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활로 모색 중"이라며 경영 승계와 관련해선 "공식적인 입장을 따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기존 사업 의존도 높아…신사업 확장 '절실'
 
제이씨현시스템은 1984년 설립이래 39년 동안 PC 컴포넌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IT 관련 제품을 전문 유통하고 있는 코스닥 중견기업이다. AI와 드론 연구개발을 위해 각각의 연구소를 운영,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의 확장도 꾀하고 있다.
 
다만 제이씨현시스템의 매출은 아직까지 기존 사업 분야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IT제품 판매가 전체 매출의 92.0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판매를 통한 매출이 53.67%다. 사업 마진율은 1~2%로 낮아,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정헌 대표는 1981년생으로 신사업 안착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제이씨현시스템은 지난 2023년~2024년에 걸쳐 블록체인 활용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구축 및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개발 사업, 암호화폐 채굴업 등을 중단하는 등 사업 전환과정에서 부침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영업손실은 규모는 2022년 24억원에서 2023년 56억원까지 늘어났고, 당기순이익은 2022년 4억원 흑자에서 2023년 26억원 적자로 전환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판관비를 2023년 266억원에서 지난해 190억원으로 76억원가량 대폭 절감하며 영업이익은 36억원, 당기순이익은 21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업계에선 제이씨현시스템의 기존 사업 모델이 확장성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신사업 분야의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이씨현시스템은 지난해 8월 차정헌 대표의 주도로 IT기기·컴퓨터 전문 제조업체 다컴시스템과 AI 시장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AI 시장에서의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기존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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