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유진기업(023410)이 지난해
YTN(040300) 지분 인수 이후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YTN의 주가가 인수 시점 대비 절반 이상 폭락한 결과다. 유진기업은 건설업계 불황 장기화에도 영업실적 감소폭을 최소화한 반면, M&A 이후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유진기업 천안공장 전경.(사진=유진기업)
YTN 주가 하락에 대규모 지분법손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8550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매출 9600억원, 영업이익 467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위축된 건설경기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건설경기 둔화로 인한 출하량 정체에도 불구, 레미콘 가격 인상 영향으로 영업수익성을 방어했다”면서 “과거 대비 레미콘사들의 가격협상력이 강화되며 높은 원가부담 상황을 방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유진기업이 지분 29.86%를 보유한
동양(001520)의 당기순손실 728억원이 지분법손실 231억원으로 이어지면서 전년 1057억원이던 별도 당기순이익은 683억원의 순손실로 전환됐다.
여기에 연결 기준으로는 지분법 손실로 인한 유진기업의 순손실 폭이 더욱 확대됐다. 같은 기간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933억원,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1007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기타영업외비용 1479억원이 발생한 결과다. 이 중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이엔티가 보유한 YTN의 지분가치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유진이엔티는 유진기업과 동양이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한 SPC다.
유진이엔티는 지난해 관계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 1311억원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인수 당시 주당 7000억원이던 YTN의 주가가 지난해 말 3000원선까지 하락한 결과다. YTN의 주가는 28일 316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동양과 유진이엔티 지분을 모두 갖고 있는 유진기업도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 1369억원을 기타영업외비용(총 1479억원)으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1007억원이 기록된 것이다.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 논란…순손실로 이어졌나
유진이엔티는 지난해 2월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YTN의 지분 30.95%를 3199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YTN의 시가총액 기준 해당 기분 가치는 780억원 수준이었지만, 2000억원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주당 인수가는 2만4610원에 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2월 유진기업의 YTN 인수 당시 “연결 기준 YTN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유진기업의 10% 내외 수준이어서 사업 외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침체와 시멘트 가격 인상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YTN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내재가치와 ‘언론사 최대주주’라는 무형의 가치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YTN 지분 보유에 따른 유진기업의 지분법손실은 향후에도 지속될 여지가 있다. YTN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 266억원, 당기순손실 1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영업손실 92억원, 당기순손실 41억원)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또한 지난 2022년 1521억원을 기록한 회사의 매출은 2023년 1304억원, 2024년 1311억원으로 약 200억원 하락한 이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YTN 인수에 따른 유진기업의 재무부담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 2023년 말 연결 기준 8944억원이던 유진기업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12월 1조481억원으로 17.1% 증가했다. 유진기업과 동양은 당시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고, 자체 보유 현금과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유진기업의 부채비율은 131.3%로 전년(114.1%) 대비 약 17%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적정 수준(200%)을 하회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YTN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자회사와 관계사의 실적 부진 탓”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