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폐지 우려…7조원 규모 보조금 수령 여부 불투명진행률 99.6% 텍사스 테일러 공장도 가동 지연삼성전자 관련 수주 목표 일제히 '보수적' 설정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삼성물산(000830)과
삼성E&A(028050)의 미국발 매출 확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공격적인 대미 투자에 힘입어 ‘조 단위’ 플랜트 공사를 수행해 왔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투자 축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양사의 해외 수주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사진=삼성전자)
미국서 ‘10조 프로젝트’ 수행…준공 눈앞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미국에서 총 9조3528억원 규모 플랜트 공사 2건을, 삼성E&A는 1조859억원 규모 프로젝트 1건을 각각 수행 중이다. 이들 공사는 모두 삼성전자 오스틴법인(Samsung Austin Semiconductor·SAS)이 발주한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공사는 △미국 Austin Retrofit 2차(도급액 2248억원)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9조1820억원) 등이다. 지난 2022년 2~3월 이들 프로젝트 착공에 돌입해 현재 대부분의 공정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남아있는 수주잔액은 총 1140억원이다.
삼성E&A의 ‘미국 전자 T-PJT’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준공은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다. 준공 예정일은 아직 9개월 가량 남아있지만, 1조859원의 도급액 중 1조384억원 규모 기성을 이미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잔액은 475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테일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조성 중이다. 4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양산을 위한 공장이다. 이 공장 건설에 삼성전자가 투입한 비용만 170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의 진행률은 99.6%로, 현재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급액 9조1820억원 규모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의 경우 준공 기한이 지난해 4월15일까지였으나, 발주처인 SAS의 추가 공사 요청에 따라 현재까지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보조금 받아야 하는데’…미국 추가 발주는 ‘감감무소식’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상반기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착공 이후 금리와 환율,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지난 2023년 말까지 이 공장 진행률은 59.7%에 그치기도 했다.
올해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도 잠재적인 리스크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의 ‘반도체법’에 따라 전체 투자금의 12.8%인 47억4500만달러(약 6조87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수령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법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재 테일러 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도 가동에 시일이 걸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여력은 부족해 보인다.
삼성물산과 삼성E&A 등 삼성전자의 대규모 공장 건설을 맡은 건설 계열사들은 당분간 미국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실제 총 10조원 규모 공사 중 남아있는 수주잔액이 1000억여원 수준인데, 현재로선 해당 프로젝트 준공 이후 미국에서 철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양사는 올해 삼성그룹 캡티브(계열사 간 거래) 물량 감소를 감안해 수주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18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실적(17조9000억원) 대비 소폭 오른 목표치다. 특히 지난해 수주액 가운데 대표적 캡티브 물량인 ‘하이테크’ 공사 8조2000억원을 따냈지만, 올해 목표 중 하이테크 공사액 규모는 6조7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하이테크 부문의 경우 발주처의 투자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E&A는 지난해 14조4150억원 규모 수주 실적을 달성하며 목표치(12조6000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올해 수주 목표는 1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 대비 20.2% 낮은 수준이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그룹 계열사들의 발주 계획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최소한의 예상치를 수주 목표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