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연이어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NH투자증권(005940)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현대차증권(001500)과
삼성SDI(006400)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3조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유상증자에서는 대표 주관을 맡았다. 특히 전체 발행 물량의 60%를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기업공개(IPO) 중심이던 주식자본시장(ECM) 사업 무게추가 유상증자 쪽으로 옮겨가면서,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뒤흔든 대형 유상증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선다. 신규 주식 총수는 595만500주로 주당 60만5000원, 증자 비율은 13.05%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회사는 해외 방산 거점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본조달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에 주주들과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유증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1일 주가는 13.02% 급락해 62만8000원에 마감했다. 현금·현금성 자산은 2조9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늘었지만, 확보된 재원은 지배구조 개편에 우선 투입된 상황이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계열사 한화오션 잔여 지분 11.6% 중 7.3%를 5만8000원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로써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결국 김동관 대표이사는 약 30억원(4900주), 손재일 대표이사(사업부문) 9억원, 안병철 사장(전략부문) 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24일 주가는 7.48% 반등해 67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삼성SDI이 2조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혀 시장의 논란을 일으켰다. 신주 1182만1000주에 증자 비율 16.8% 조건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회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슈퍼사이클 대비 시설 투자 목적이었으나, 소액주주 반발에 최주선 대표가 1억9000만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규모 유증 주관에 NH투자증권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양사는 공동 대표 주관사지만 인수액 규모를 따져보면 발행가 60만5000원 기준 총 발행액 3조6000억원에서 NH투자증권이 전체 물량의 60%인 2조1600억원 어치의 신주를 인수한다.
올해 초부터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주관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1월 현대차증권의 1684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을 단독으로 맡은 것을 시작으로 2월엔 이수페타시스의 340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대표 주관을 맡았다. 삼성SDI 건도 마찬가지다.
이에 2월까지 ECM 리그테이블에서 NH투자증권은 총 3046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액수만을 놓고 보면 같은 시기 IPO 주관액 783억원의 2.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NH투자증권 IB에서 ECM의 무게추는 IPO에서 유상증자로 옮겨가고 있다. IPO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정체 현상이 이어지는 반면 대기업의 자금 수요가 유상증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최근 IPO에서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컨테이너 제조사 에이스엔지니어링가 상장 계획을 취소했고,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가 사업모델 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철회했다. 더핑크퐁컴퍼니와 양자 기술 기업 노르마도 접었다.
턱없이 낮은 수수료에도 규모의 경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의 주관 수수료율은 0.25%로, 삼성SDI(0.30%)보다 낮다. 업계에선 낮은 요율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NH투자증권은 공모가 기준 54억 원의 수수료를 확보한다. 대단위 발행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가 대규모 수익에 반영된 결과다.
통상적으로 발행 규모가 200억원에서 500억원 규모 중형급 IPO에서 주관사가 얻을 수 있는 수수료는 5억원 내외다. IPO의 경우 신생 기업 발굴과 기업이 가지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에 전사적인 역량이 투입되지만 유상증자는 주로 기존 상장 기업에서 진행하는 만큼 부담이 적다.
(사진=NH투자증권)
문제는 시장의 설득과정이다. 대규모 유상증자의 경우 주식 가치 희석 문제 때문에 보유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 주주가치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당국의 견제도 뚫어야 한다. 다만 NH투자증권은 그간 이뤄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자금 조달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 인더스트리 본부가 맡는다. NH투자증권 IB조직은 IB1사업부와 IB2사업부로 나뉜다. 이중 IB1사업부가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IB를 총괄한다. 인더스트리 본부는 IB1사업부에서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자금 조달 딜에 특화된 조직이다.
앞서 DCM에서 유력 딜을 따낸 인더스트리 본부는 이번 대형 유증까지 이끌어내 조직의 핵심 사업부로 주목받는다. NH투자증권은 그간 자문에서 자금조달에 이르는 패키지 딜의 결과가 이번 대형 유상증자 주관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NH투자증권의 우수한 자문역량이 대형 유상증자로 이어졌다”라며 “앞서 진행된 채권발행을 비롯한 패키지 딜을 통해 발행사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성공적인 자금 조달 사례를 이끌어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