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PEF 펀드 만기 도래로 직접 자회사 추가미흡한 K-ICS 비율과 ROA로 등급 전망 부정적대주주 지원 의지 긍정적인 반면 투자영업 '과제'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DB생명이 한국산업은행 자회사로 공식 편입됐다. 그동안 매각이 수차례 진행되면서 대주주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일단락된 분위기다. 산업은행 지원 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전망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오랫동안 영업력이 위축되면서 자본력도 함께 저하됐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PEF 펀드 만기로 자회사 편입
2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최대주주 집단이 특수목적회사(SPC)인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특수관계인 사모펀드(PEF)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였다. PEF는 KDB생명 최대주주인 SPC의 최대주주다. 변경 전 지분율은 SPC 69.73%, PEF 28.53%다.
산업은행은 PEF 지분 75.92%를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PEF를 구성할 때부터 최대출자자이자 무한책임사원으로 참여했다. PEF와 SPC를 통해 실질적으로 KDB생명을 지배해왔던 셈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자회사로 품게 됐다.
특히 올해 PEF 펀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자회사 편입 외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가져간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산업은행은 매각이 미뤄지면서 PEF 펀드 만기를 수차례 연장했지만 자본시장법상 가능한 최대 기간이 15년이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노선’이었다.
SPC와 PEF는 산업은행에 주식을 현물 분배했고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 76.19%를 직접 보유하게 됐다. KDB생명에 대한 SPC와 PEF 지분율은 각각 15.66%, 6.41%로 떨어졌다. PEF를 구성할 당시 출자자는 산업은행 외에 칸서스자산운용 등 총 여섯 곳이 있었다. 나머지 지분율은 PEF 청산 후 이들 몫으로 돌아간다.
대주주 불확실성 '해소'…지원 의지도 '긍정적'
KDB생명은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으로부터 후순위사채 ‘A+(부정적)’ 등급을 책정받고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1년~2년 이내에 등급이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긍정적인 부분은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리스크가 일단락됐다는 점이다. KDB생명은 오랫동안 매각 추진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영업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대주주 변동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으로 기업가치 평가가 절하된 부분이 있었다.
산업은행 자회사로 들어가면 이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업은행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A(안정적)’ 급으로 매우 높다. KDB생명과 등급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높게 반영된다.
실질적인 지원 의지도 긍정적이다. 산업은행은 다음 매각을 추진하기 전까지 KDB생명 영업 정상화를 먼저 이루겠단 방침이다. 앞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지원으로 2023년 9월 1000억원, 2024년 6월 2990억원을 시행했던 바 있다.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는 2023년 5월 2160억원, 2024년 12월 250억원이 있었다. 이는 모두 KDB생명의 자본을 확충하는 수단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산업은행 직접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주주로부터 지원이 절차상 수월해질 수 있고,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사업적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본다”라며 “다만 신용등급 전망과 관련해서 추가적인 조치는 당장은 없을 것 같고 향후 사업과 재무 변화 과정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KDB생명)
자본적정성과 투자영업 손실 해결 ‘과제’
오랫동안 영업력이 위축되면서 자본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인이다. 산업은행 지원에도 자본적정성이 미흡한 상태다. 보험사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경과조치 적용 전 66.3%, 후 179.51%로 나온다. 경과조치라는 연착륙 장치 효과를 제외하면 보험업법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다.
경과조치 전 기준 K-ICS 비율을 100%까지 올리려면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4613억원을 추가적으로 늘려야 한다. 산업은행의 대규모 유상증자 이력을 고려하면 100% 수준으로 맞출 수 있겠으나 기본적인 이익창출력이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능력이 떨어져 다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 단계로 개선되려면 최대주주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영업 정상화로 총자산순이익률(ROA)도 회복돼야 한다. 현재는 낮은 수익성 탓에 ROA가 0.10% 수준에 불과하다. ROA는 최소 0.25%를 장기간 유지해야 등급 전망 변경 가능성이 커진다. 순이익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순이익 개선을 위해서는 특히 투자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 영업이익은 보험영업과 투자영업으로 구분되는데, KDB생명은 투자영업에서 이익이 마이너스(-)로 손실을 보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보험손익 535억원에 투자손익 -26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272억원이었다.
K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새로운 사업 계획으로 보험영업은 법인보험대리점(GA)이나 전속 채널 쪽에서 더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투자영업은 기본적으로는 채권 리밸런싱 작업과 함께 투자처를 다양하게 찾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