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산라인 신설로 지난해 수출 매출 9.8조원 기록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73%로 전년 7.42%보다 소폭 감소현금성자산은 2조133억원으로 투자 여력은 넉넉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경신한 가운데 수익성은 다소 감소해 영업비용 효율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고 베트남 생산라인을 본격화하며 수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원가와 함께 연구개발비용이 크게 증가해 수익성은 다소 줄어든 상태다. 올해는 인공지능(AI)·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늘릴 방침인 가운데 현금 곳간은 2조원을 넘어서 투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수원 본사 (사진=삼성전기)
고부가제품 훨훨·창사 이래 첫 매출 10조원 경신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10조29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23년 8조8924억원보다 15.7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350억원으로 전년 6605억원보다 11.27% 증가했다.
전장과 서버 등 고부가제품 수요 증가로 전장용 MLCC와 서버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이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 지난해 삼성전기 주력 제품들의 평균판매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것도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MLCC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4.2%, 반도체패키기판의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8.1%, 카메라모듈의 평균판매가격도 전년 대비 9.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부서별로 살펴보면 전장용 MLCC의 경우 고온과 고압품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규 거래선을 확보해 매출이 증가했다. 전장용 MLCC가 포함된 컴포턴트 사업부문 지난해 매출은 4조4621억원으로 전년 3조9030억원보다 14.32% 증가했다. 패키지솔루션의 경우 베트남 생산라인이 본격화되며 서버와 ARM 중앙처리장치(CPU) 기판 등 공급이 확대된 덕에 매출은 2023년 1조7174억원에서 지난해 2조347억원으로 18.47% 증가했다.
수출 매출도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수출 매출은 9조8484억원으로 전년 8조4450억원보다 1조4034억원(16.6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94.97%에서 지난해 95.67%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내수 매출은 지난해 4457억원으로 전년 4474억원보다 17억원(0.39%) 감소했다.
개발비 확대에 수익성 소폭 감소·투자 여력은 '충분'
매출 확대에도 삼성전기 수익성은 다소 감소한 상태라 영업비용 효율화가 필요해 보인다. 연구개발비는 지난해에만 6000억원을 넘어서 전년보다 1000억원 넘게 확대된 상태다. 올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기 현금성 자산은 2조원을 넘어서 당분간 투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14%를 기록해 전년 7.42%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 2021년 12.5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아직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다소 줄어든 것은 매출원가와 판매비와관리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매출원가는 지난해 8조3349억원으로 전년 7조1731억원보다 16.20% 상승했다. 원가율은 2023년 80.66%에서 지난해 80.97%로 소폭 상승했다. 판관비도 지난해 1조2242억원을 기록해 전년 1조588억원보다 15.62% 증가했다.
특히 판매비와관리비에서 경상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컸다. 지난해 경상개발비는 5804억원으로 또 전체 판관비 1조224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41%로 절반에 가까웠다. 매출원가를 포함한 연구개발비 규모는 지난해 6663억원으로 전년 5558억원보다 19.89% 증가했다. 급여 및 상여는 2023년 1994억원에서 지난해 2378억원으로 상승했는데 임금 상승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전장용, MLCC 부문에서 캐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분간 투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3년 1조6602억원에서 지난해 2조133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동자산은 6조원에 가까워졌고, 유동비율도 전년 179.57%보다 증가한 지난해 192.74%로 상승하면서 유동성은 개선됐다.
현금창출력도 양호한 편이다. 영업활동순현금흐름은 지난해 1조4298억원으로 전년 1조1804억원보다 증가한 반면, 유형자산의 취득은 지난해 7760억원으로 전년 1조2098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시설투자금액은 6120억원으로 전년 1조191억원보다 줄었다. 스마트폰 등 고객사 수요 회복이 다소 지연됨에 따라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업활동순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의 취득을 뺀 잉여현금흐름(FCF)은 6538억원을 기록해 전년 –294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올해 삼성전기는 AI 수요가 늘고 전장 시장도 커질 전망인 가운데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AI서버용 MLCC와 패키지기판, 전장용 MLCC와 카메라모듈 등 고부가 제품을 다양한 고객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장 MLCC 시장은 지난해 4조5000억원에서 2028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전장, AI 서버 등 고성장, 고부가 분야 중심으로 고객사 수요 변화사항을 고려해 유연하게 투자를 실행하며 투자 효율을 제고하겠다"라며 "또한 실리콘 커패시터, 소형 전고체전지 등 미래 신사업을 적기에 사업화하겠다. 설비 효율과 개조기술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품질, 수율 등 근본적 원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수 있는,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시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